칼 구스타프 융이 쓴 책들을 읽다가 니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차라투스트라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울것 같아서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먼저 읽고 "칼 융, 차라투스트라를 분석하다"를 읽고 나서 읽을 계획입니다.
니체의 위험한 책 저자도 차라투스트라는 시적인 표현과 은유가 많아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일주일 안에 최소 한권은 읽어내는 편인데 저책은 거의 2주 걸린것 같아요. 블로그 리뷰쓰느라 바쁜것도 있었지만 주말에 바짝 읽어서 한권 읽어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고 중심이 되는 주제는 누가 왜 만들어 놓은지도 모르는 가치와 규범에 복종하고, 미리 정해져 있던 길을 따라 의미없는 삶을 살지 말고,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제가 읽었던 책들에서 많이 봤던 내용입니다. 그만큼 니체의 영향을 받은 책들이 많다는 것이겠죠?
니체하면 '신이 죽었다'라고 말했다는 걸로 유명합니다. 이 책을 보기전에 읽었던 철학 책들은 철학입문 책이라서 신의 죽음을 다루기는 해도 상세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를 읽을수 있게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책이라 그런지 상세히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P27. 기독교가 죽음을 설교하는 이유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기독교들은 사람들에게 '이 세계'가 죄로 가득 차 있고 천국은 오직 '저 세계'에만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삶이란 괴로운 것이라고 말하고, 그 이유를 오직 우리가 지은 죄 탓으로 돌린다. 우리가 그들의 함정에 말려들어 삶에 대한 불행한 느낌을 크게 가질수록 우리는 더 큰 죄의식에 시달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점점 삶에 대해서 고민하기보다는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죽은 후에 벌어진다는 심판이나 지옥 같은 공상적 이야기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 가서는 삶을 죽음을 준비하는 데 쓰는, 이른바 '삶을 배신하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기독교만이 아니라 보편적 선의 잣대로 사람들의 삶을 끊임 없이 움츠려 들게 하는 도덕주의자들이나, 영원한 보편적 진리를 들먹이며 이 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들의 가치를 무시하는 철학자들도 생을 병들게 하는 사람들이다. 니체는 근대 유럽인들이 자기 삶에 필요한 가치들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다.
우리는 무언가를 믿을때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믿은것들이 많습니다. 신은 존재하는가? 왜 존재하는가?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 혹시나 이런 질문을 하면 사람들은 불편해합니다. 또 왜 그 정치인을 지지하냐고 물어도 뚜렷한 대답이 없습니다. 그나마 나아보여서 라던지, 선해보여서 정도가 대부분입니다.
어떠한 이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있었던 사건, 백인 우월주의 KKK단, 그리고 공산주의, 래디컬 페미니즘 등 수 많은 사이비 종교 사건도 많았습니다. 니체는 사람들이 확고한 토대도 없는 이상들을 왜 그렇게 쉽게 믿으려고 하는것인지 이렇게 설명합니다.
P34. 사람들이 그런 이상들을 자신들의 생존조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무언가 확고한 도덕, 무언가 확실한 진리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잘 따져보지도 않고 쉽게 믿어 버린다. 대개 제 스스로 서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의지할 것을 찾는 데 지나치게 서두르는 법이다.
이 책을 읽던중에 '다크나이트'를 한번 더 감상해서 더 잘 와닿았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고담시 주민들은 절대 '선'을 원합니다. 그래서 강한 신념을 가진 절대 '선'처럼 보였던 하비덴트 검사를 영웅으로 추대하였습니다. 하지만 하비 덴트 검사는 자신의 삶의 궁지에 몰리자 180도 변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마치 '동전'을 뒤집듯 악으로 변합니다. 계속해서 절대 '선'과 영웅을 원하는 것은 "제 스스로 서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의지할 것을 찾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치인을 믿을때도 연예인을 믿을때도 마찬가지지요.
그 사람의 방송활동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만 보고 쉽게 믿어 버립니다. 그리고 나중에 자신이 생각한 모습이 아니면 180도 동전을 뒤집듯 생각이 바뀌어서 그 정치인이나 연예인 기사에 악플을 달지요. 심한 악플러를 고발해서 경찰서에서 만나보면 원래 그 연예인의 팬이거나 지지하던 사람이라는 뉴스기사가 종종 올라옵니다.
P105. 신은 죽었지만 신앙이 남았다. 남아있는 신앙은 계속 경배할 대상을 찾는다. 그것이 나귀이면 어떻고 금송아지면 어떻겠는가.
니체는 우리시대 형이상학적 건물들이 전혀 단단치 않다고 말한적이 있다. 우리가 증명도 필요없을 만큼 자명하다고 느끼는 공리들도 따지고 들어가면 그렇게 자명하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망치질'로 표현했는데, 그의 망치에 쓰러지지 않는 형이상학적 건물이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허약함이 입증된 형이상학적 건문들일 왜 자꾸 세워지냐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그런 형이상하적 토대가 있어야만 우리가 살수 있다는 어떤 신앙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원하고 보편적인 진리가 없으면 살아갈수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하나가 무너지면 얼른 다른 하나를 세우는 것이다.
니체가 말한 보편적인 진리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절대 '선'도 포함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절대 '선'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것을 비틀려고 시도한 영화가 '사바하'와 '다크나이트'입니다. '사바하'는 아직 제가 리뷰하지 않아서 '다크나이트'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다크나이트 마지막 장면에서 하비덴트 검사가 사망하자, 배트맨은 하비덴트 검사가 '악'으로 변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고든 경감에게 부탁합니다.
고담시 주민들이 알게 되면 큰 실망을 하고 삶의 의미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그리고 하비덴트 검사는 배트맨을 잡으려다가 죽은것으로 하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배트맨을 추격하기 위해 개도풀고, 경찰들도 배치시키라고 말하고 배트맨은 유유히 사라집니다.
이 대사에서도 알수 있었습니다. 절대 '선' 하비덴트 검사가 고결한 죽음이 아닌 악으로 변해서 범죄를 저지르다가 죽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되면 큰 충격을 받을것이라고 생각한것입니다. 배트맨은 사람들이 절대 '선'을 믿어야 한다고 끝까지 하비덴트 검사를 영웅으로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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