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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인문학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사회적 고립은 외로움보다도 해롭다

by 워니의서재 2018. 10. 25.

영국 런던대 역학·공중보건학과 앤드류 스텝토에Andrew Steptoe 교수팀은 2004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영국노화장기연구ELSA에 참여한 6,500명의 남녀 가운데 2012년 3월까지 사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사망률에 어떤 연관성을 보이는지 알아봤다. 이 기간 동안 918명이 세상을 떠나 전체 사망률은 14.1%다.



 연구자들은 참여자들을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 척도가 높은 집단과 낮거나 중간인 집단으로 나눈 뒤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도가 높은 집단은 이 기간 동안 21.9%가 사망한 반면 낮거나 중간인 집단은 사망률이 12.3%에 불과했다. 외로움의 경우는 높은 집단이 19.2%, 낮거나 중간인 집단은 13.0%로 역시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은 나이나 소득, 건강상태와 관련이 있을 것이므로 이런 결과를 꼭 사회적 고립이나 외로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나이가 많거나 미혼이고 교육수준이 낮거나 소득이 적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고립돼 있을 확률이 높다. 또 만성호흡기질환 같은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외로움도 경향은 비슷하다.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나이와 성별뿐 아니라 재산과 교육수준, 결혼상태, 인종 같은 인구학적 요인과 암, 관절염, 우울증 등 건강지표를 따로 떼어낸 뒤 사망률에 미치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적 고립은 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그 자체로 높은 사망률에 상당한 기여를 하는 요소로 나타난 반면 외로움 자체는 사망률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외로움이라는 주관적인 경험은 사회적 고립과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주된 메커니즘이 아니다”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사회적 고립의 어떤 측면이 

사망률을 높이는데 기여한 것일까.



연구자들은 생활습관과의 연관성이 클 것으로 추정했다. 즉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들은 흡연과 활동부족, 부실한 식사 같은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접촉이 없을 때 이런 행동에 빠져들기 쉽기 때문이다. 또 혼자 살면 급성질환이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망의 위험이 높아진다.


연구자들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둘 다를 줄이는 게 필요하지만 사망률만을 놓고 봤을 때는 사회적 고립을 줄이는데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사회적 네트워크를 더 많이 구축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이게 쉬운 일일까.

논문에 나와 있듯이 미국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은 1970년 17%에서 2011년에는 28%에 이른다고 한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상의할 사람이 없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도 1985년 10%에서 2004년 25%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사회적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런 경향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980년대부터 사회적 고립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진행해온 미국 하버드대 리사 버크먼Lisa Berkman 교수는 “뚜렷한 차이를 느낄 정도로 사회적 네트워크를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진실은 사람들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매우 서툴다는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국내도서
저자 : 강석기
출판 : MID엠아이디 2014.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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