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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었던 문장17

비트겐슈타인의 말 서평 생각에 대하여, 말에 대하여, 마음에 대하여, 삶에 대하여, 인간에 대하여, 세계에 대하여, 자신에 대하여, 총 7가지 주제로 분류하여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을 담아냈습니다. 철학책은 용어가 어려워서 진입장벽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최대한 용어를 쓰지 않고 의미를 담아서 간결하게 축약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습니다. 한 사상가의 철학을 읽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삶을 봐야합니다. 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더 쉽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의 시작은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에 대해서 짧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에도 각기 다른 해석이 있다. '생각한다'는 대체 어떤 것일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이 생각한다는 것일까? 우리는 명확히 .. 2019. 9. 12.
헤르만헤세 시집 사라진 소리 언제였던가 어린 시절에 나는 목장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때, 아침 바람에 노래 하나가 조용히 실려 왔다. 푸른 공기의 소리였든가 또는 무슨 향기, 꽃향기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어린 시절을 영원토록 울리고 있었다. 그후 나는 그 노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요 며칠 사이에 비로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살며시 다시 울리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모든 세상 일이 아무렇든 좋고 행복한 사람들과 처지를 바꾸고 싶지도 않다. 귀를 기울이고 싶을 뿐. 향긋한 소리가 흐르는 것을 마치 그때의 소리인 양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서 있고 싶을 뿐. 만발한 꽃 복숭아나무에 꽃이 만발했지만 하나하나가 다 열매가 되지는 않는다. 푸른 하늘과 흐르는 구름 속에서 꽃은 장미빛 거품처럼.. 2019. 7. 10.
릴케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송영택 저녁 변두리의 마지막 집 뒤로 쓸슬하게 빨간 저녁 해가 진다. 장중한 시의 끝맺이를 외며 낮의 환호성이 그친다. 그 잔광은 늦게까지도 지붕 모서리에 여기저기 남으려 한다, 어느새 검푸른 먼 하늘에 밤이 다이아몬드를 뿌릴 때, 밤에 오느새 프라하의 하늘 높이 밤이 커다랗게 피어 있다, 꽃받침같이. 나비 같은 햇살은 그 휘황한 빛을 꽃으로 핀 밤의 서늘한 품에 감추었다. 교활한 난쟁이, 달은 높이 솟아서 히죽거리다가 송이 모양이 된 밝은 은빛 부스러기를 지분지분 몰다우강에 뿌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정이 상한듯이 빛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그의 경쟁자를 탑시계의 환한 문자판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겨울 아침 폭포가 꽁꽁 얼어붙었다. 연못 물가에 까마귀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귀가 빨갛.. 2019. 7. 9.
T. S. 엘리엇 어느 바람 센 밤의 광시 열두 시. 거리 전역이 달의 통합력에 붙들려, 속삭이는 달의 마법이 기억의 마루들과 그것의 투명한 관계들, 그것의 불일치와 일치를 모두 녹인다, 내가 지나가는 가로등이 하나같이 숙명의 북처럼 둥둥 울리고, 어둠의 공간 도처에서 광인이 죽은 제라늄을 흔들듯 한밤이 기억을 뒤흔든다. 한 시 반, 가로등이 침을 튀겼다, 가로등이 중얼거렸다, 가로등이 말했다, "자기를 보고서 씩 웃는 양 열리는 문의 불빛에 나타난 너에게 갈까 말까 망설이는 저 여자 좀 봐라. 옷단이 찢기고 모래로 더럽혀져 있군, 눈초리를 꼭 꼬부라진 핀처럼 꼬는군." 기억이 드높이 꾸밈없이 꼬인 일들을 숱하게 토해낸다. 해변의 배배꼬인 한 나뭇가지가 씻기어 반질반질, 함치르르한 모습 마치 세상이 뻣뻣하고 하얀 저 뼈대의 비밀을 드러낸 듯하다... 2019. 7. 8.
괴테 시집 신성 인간은 기품이 있어야 한다. 자비심이 많고 착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인간을 구별한다. 알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에 복이 있어라! 그리고 인간은 그것을 닮아라! 인간의 올바른 거동이 그것을 믿을수 있게 해야 한다. 자연은 분별력이 없다. 태양은 악도 비추고 선도 비추며, 달과 별은 죄지은 사람과 착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비춘다. 바람과 강물, 천둥과 우박은 소리 내어 지나가며 너나없이 누구나 모두 붙잡고는 급히 지나간다. 행운의 여신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무리 속에 손을 넣어서, 소년의 티 없는 고운 고수머리를 붙잡는 한편 죄 많은 대머리를 붙잡기도 한다. 영겁 불변의 대법칙에 따라 우리는 모두 우리 생존의 동그라미를 마무르지 않으면 안 된.. 2019. 7. 7.
세익스피어 인생의 문장들 로미오와 줄리엣 제2막 제2장 로미오는 로절린이라는 무정한 연인이 있었습니다. 로절린도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고 로미오는 원수 캐플릿가의 가면 무도회장에 들어갔다가 줄리엣을 보고 첫눈에 반합니다. 로미오는 떠나기 힘들어 정원에 몸을 숨기고 친구 머큐쇼와 벤볼리오는 로미오를 찾아다니면서 로절린을 거론하며 그를 조롱합니다. 머큐쇼와 벤볼리오가 사라진 후 숨었다가 나온 로미오는 위의 말을 중얼거립니다. 이후 로미오는 줄리엣과 은밀히 결혼식을 올린 직후 싸움에 휩쓸려 그녀의 사촌인 티볼트를 죽이고 베로나에서 추방됩니다. 한탄하며 슬퍼하는 로미오를 로런스 신부가 위로하며 네 신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니 잘 들으라고 하자 로미오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죠, 자신이 느끼지도 않은 일을? 신부님.. 2019. 6. 24.
융의 어록 <융 프로젝트> ◈자아의 의식화 허용 여부 감정적 유형인 사람의 자아는 더욱 많은 정서적 경험의 의식화를 허락한다. 사고를 많이 하는 유형이라면 감정보다 이성 쪽이 의식화되기 쉽다. 이는 부분적으로 경험이 자아에게 얼마나 불안감을 자아내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불안감을 만드는 관념과 기억은 자각되기 어렵다. 또 부분적으로 얼마만큼 개성화가 진행되었느냐에 따라서도 의식화의 여부가 결정된다. 고도로 개 성화된 사람의 자아는 더 많은 경험의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 정도가 약한 경우 자아의 문 앞에서 가볍게 거부를 당하지만 강렬한 경험은 그 문을 부수고 들어갈 것이다. ◈의식에서 확인되지 않는 활동들 콤플렉스의 특징들은 늘 의식적으로 행동에 드러나지 않는다. 콤플렉스는 꿈이나 위장된 형식을 빌려 나타나기도 하므로 이를 간파.. 2019. 5. 1.
책 추천 한강작가 소설 흰 ◆안개 이 낮선 도시에서 왜 자꾸만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르는 걸까? 거리를 걸을 때 내 얶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거의 모든 말, 스쳐지나가는 표지판들에 적힌 거의 모든 단어를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움직이는 단단한 섬처럼 행인들 사이를 통과해 나아갈 때, 때로 나의 육체가 어떤 감옥처럼 느껴진다. 내가 겪어온 삶의 모든 기억들이, 그 기억들과 분리해낼 수 없는 내 모국어와 함께 고립되고 봉인된 것처럼 느껴진다. 고립이 완고해질수록 뜻밖의 기억들이 생상해진다. 압도하듯 무거워진다. 지난여름 내가 도망치듯 찾아든 곳이 지구 반대편의 어떤도시가 아니라, 결국 나의 내부 한가운데였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지금 이 도시는 새벽안개에 잠겨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졌다. 내가 바라보는 창으로부터 사오미.. 2019. 3. 20.
레미제라블 민중의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Do you hear the people sing?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singing a song of angry men성난 자들의 노랫소리가?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다신 노예로 살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함성!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우리 심장의 고동 소리가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북소리 되어 울리네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내일이 오면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리라! Will you join in our crusade?십자군의 길에 동참할 텐가? Who will be strong and stan.. 2019. 1. 4.
소설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에서 문장모음 프롤로그옛날에 소리나무 놀이가 있었다.마을에 소리나무들이 찾아오면 놀이 가담자들은 소리나무들과 얼굴과 마주하고몇 날 며칠을 두드리며 놀았다.놀이가 끝나면 소리나무들은 물었다.내가 누구야?마을을 떠날 때,소리나무들은 질문에 대답한 사람들을 데려갔다. P31.갑자기 아버지가 어깨를 드러내고 보란 듯이 멍 자국을 디밀었다."여기 암만해도 뻐끗한 것 같아. 내가 오늘 김 씨네 창고 치우는 거 돕는다고 힘 좀 썻거든. 그런데.....""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뭐 하긴, 너한테 나 아픈 데 보여주는 거잖아."나는 어이가 없었다."그런 짓을 왜 하는데요?"아버지가 눈을 끔뻑거리다가 말했다."가족에게 아픈 곳을 보여준다는 건 관심과 위로를 받고 싶다는 뜻이야." P32."오늘 수요일인데, 출근은?"밥알을 씹던 내 .. 2018.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