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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었던 문장

헤르만헤세 시집

by 워니의서재 2019. 7. 10.

사라진 소리

언제였던가 어린 시절에

나는 목장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때, 아침 바람에 노래 하나가

조용히 실려 왔다.

 

푸른 공기의 소리였든가

또는 무슨 향기, 꽃향기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어린 시절을 영원토록

울리고 있었다.

 

그후 나는 그 노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요 며칠 사이에

비로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살며시 다시 울리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모든 세상 일이 아무렇든 좋고

행복한 사람들과 처지를 바꾸고 싶지도 않다.

 

귀를 기울이고 싶을 뿐.

향긋한 소리가 흐르는 것을

마치 그때의 소리인 양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서 있고 싶을 뿐.

 

만발한 꽃

복숭아나무에 꽃이 만발했지만

하나하나가 다 열매가 되지는 않는다.

푸른 하늘과 흐르는 구름 속에서

꽃은 장미빛 거품처럼 밝게 반짝인다.

 

하루에도 백 번이나

꽃처럼 많은 생각이 피어난다.

피는 대로 두어라. 되는대로 되라지.

수익은 묻지 마라.

 

놀이도, 순결도,

꽃이 만발하는 일도 있어야 한다.

그렇잖으면, 세상이 살기에 너무 좁아지고

사는 데에 재미가 없어질 것이다.

 

쓸쓸한 저녁

빈 병과 잔 속에서

희미한 촛불이 흐늘거린다.

방 안은 싸늘하다.

바깥은 풀 위에 보슬비가 내린다.

잠깐 쉬려고 추위에 떨며

너는 서럽게 다시 눕는다.

아침이 오고 다시 저녁이 오고

언제까지나 되풀이된다.

그러나 너는, 다시 오지 않는다.

 

내면으로 가는 길

내면으로 가는 길을 찾은 사람에게는

작열하는 자기 침참속에서

형상과 비유로만 선택한다는

지혜의 핵심을 느낀 사람에게는

행위와 온갖 사고가

세계와 신이 깃든

자신의 영혼과의 대화가 된다.

 

이 세상의 어떠한 책도

너에게 행복을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살며시 너를

네 자신 속으로 돌아가게 한다.

 

네가 필요한 모든 것은 네 자신 속에 있다,

해와 별과 달이.

네가 찾던 빛은

네 자신 속에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을 네가

갖가지 책에서 찾던 지혜가

책장 하나하나에서 지금 빛을 띤다,

이제는 지혜가 네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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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시집

시인 헤세, 그리고 화가 헤세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도록 엄선된 시 139편과 수채화 34편을 수록하고 있다. 엄선된 각 시는 본래 <시집>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보완되고 게제된 <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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