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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인문학

창의력을 높이고 싶다면 걸으세요.

by 워니의서재 2018. 10. 27.

학술지 '실험심리학저널' 2014년 7월호에는 걷기가 정말 창의력을 높여준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자들은 피험자가 앉아있을 때와 러닝머신에서 편안한 템포로 걸을 때 길퍼드 대체 용도 테스트를 실시했다. GAU는 사람들에게 단추 같은 흔한 대상을 제시한 뒤 4분 동안 새로운 용도를 생각해내게 한 뒤 평가하는 방법이다. 즉 단추를 보고 "인형의 눈으로 쓰겠다", "작은체로 쓰겠다"는 식으로 답을 해야 한다. GAU는 인지적 유연성, 즉 창의력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를 '발산적 사고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얻은 대답을 기준에 맞게 분류해 창의성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가만히 앉아있을 때 실시한 GAU보다 러닝머신에서 걸을때 점수가 두 배 가량 더 높았다. 실제로 피험자의 80%에서 창의성이 높아진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창의성이 아니라 뇌의 활동 자체가 향상된 결과일 수도 있지 않을까?


연구자들은 이런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이번에는 복합원격결합(CRA) 검사를 실시했다. CRA는 '수렴적 사고'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주어진 세 단어를 연결해주는 한 단어를 찾아야 한다. 예를들어 '작은 집, 스위스, 케익'이라는 단어가 제시될경우 '치즈'가 정답이다. 모두 16건의 세쌍이 제시되고 각각에 대해 15초 내에 답을 해야 한다. CRA의 경우 꽤 집중이 요구되는 과제임을 알 수 있다.



피험자들은 앞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먼저 앉아서 CRA를 받고 이어서 러닝머신에서 걸으며 CRA를 받았다. 그 결과 GAU와는 달리 걸을 때 오히려 성적이 약간 떨어졌다. 즉 걷기는 사고 전반이 아니라 발산적 사고만을 향상시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GAU 결과는 순서 효과일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두번 다 앉아있는 상황과 먼저 걷고 나중에 앉아있는 상황에서 GAU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두번다 앉아있을 경우 두 번째에도 성적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런데 먼저 걷고 그 뒤에 앉아있는 경우 앉아있을 때도 꽤 높은 점수가 나왔다. 즉 앞서 걸었던 '효과'가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걷는 게 왜 창의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까? 이전 연구에 따르면 걷는게 무조건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즉 험한 등산로처럼걷는데 집중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사고력이 떨어진다. 우리가 걷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의 편안한 걸음, 산책 같은 걷기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모른다면서도 이 과정이 3단계의 복합인과경로로 이뤄져 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웠다. 첫 단계는 걸음 그 자체다. 그 결과 신체적 변화가 일어나 순환계나 체내 신호분자 등에 변화가 생기는 게 두 번째다. 이에따라 기분도 바뀔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인지과정에 영향을 미쳐 창의력을 높여준다. 연구자들은 걷기가 뇌의 '유연한 사고경로'를 활성화하거나 '억제 경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추측했다.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 강석기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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