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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인문학

파괴자들 넘쳐나는 정보가 오히려 감성에 의존하게 한다

by 워니의서재 2018. 11. 3.

휴리스틱 투표는 인터넷 선거, SNS 선거가 될수록 그 경향성이 짙어지고 있는데 이는 후보자의 공감 능력뿐만 아니라

정보가 넘쳐나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TV나 신문, 인터넷은 물론 SNS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넘쳐

흐르는 상황에서 유권자는 정부나 캠프, 언론으로부터 나오는 정확한 데이터보다는 오히려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과연 공약집에 나오는 정확한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할까?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까? 그렇지 않다. 유권자

의 60%는 오로지 혹은 대체로 ‘정당’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다음 기준은 후보자들이 쟁점에서

보이는 ‘견해’다. 특정 사안에 대해 후보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여부다. 특히 오직 한 가지 쟁점이 중요하다고 생각

하는 유권자는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후보자들에게는 결코 표를 주지 않는다. 유권자들은 수많은 신문과 방송이 정책

선거를 하자며 정책을 비교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도 실제로는 각 후보자의 공약을 잘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꼼꼼히 따져보고 싶지도 않아 한다.


UCSD 정치과학과 사무엘 팝킨 교수는 《미국 유권자The American Voter》라는 책에서 미국인들이 미국의 정치적 인물

과 사건에 대해 지식이 부족하다며 실제 경험을 통해 알려 한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정부와 의회의 각종

에너지 계획안의 세부 사항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주유소의 기름값을 통해 에너지 정책에 대해 일반적 상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약도 세세하게 알려 하지 않는다. 후보자들이 어떻게 말하는가, 어떻게 행동하는가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팝킨 교수는 이를 ‘감성적 합리성gut rationality’이라고 분석했다.



유권자들은 아이폰이나 갤럭시폰이 아니다. 그 모든 이슈를 다 저장하고 기억하고 공유하지 못한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나오는 많은 이슈 중에 자신이 이해할 만한 것만 스스로의 판단 기준에 따라, 그것이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하더라도 판단하고 결정한다. 정확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미국 대선에서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2년 조지 부시와 빌 클린턴의 TV 토론이다. 토론 도중에 

조지 부시는 자신의 손목시계를 계속 쳐다봤다. 이 장면에서 유권자들의 감성적 합리성이 받은 메시지는 

“부시는 토론에 참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는 미국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건방지다. 나는 그를 신뢰할 

수가 없다”로 이어졌다.


클린턴은 이와는 반대로 같은 토론장에서 관중석의 한 여성이 질문하자 그 여성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성실히 

대답했고 그 여성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은 클린턴이 무엇을 얘기했는지 기억 속에 없다. 다만 클린턴의 

성실한 태도와 여성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만 기억에 남은 채 투표장에 갔다. 작은 동작이 수십만 명의 마음을 

바꿔놓은 것이다.


2012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바마가 재선이 안 됐다면 결정적 장면은 아마 1차 TV 토론이었다는 

것에 이론이 없을 것이다. 1차 토론에서 오바마와 롬니는 말솜씨와 이슈 장악 능력에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내용에서는 오바마가 이기지 않았나 봤다. 하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냉정하지만 오바마에 비해 토론 능력에서는 떨어진다고 봤던 롬니가 차분히 “내가 대통령이 되면 첫날 이렇게 할 

것이다” “대통령, 나는 저렇게 하겠소” 하면서 오바마를 몰아세운 반면 오바마는 자꾸 대본을 보고 땅을 쳐다보면서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TV 토론으로 오바마는 2기를 이끌 자신이 없어 보인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롬니는 준비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이날 TV 토론 이후 지지율이 역전되는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유권자들이 감성적 합리성에는 오바마가

두 번째 정부를 이끌 자신감이 없는 것으로 비쳤던 것이었다. 표심이 머리와 가슴, 이성과 감성 중 무엇에 따라 

움직이느냐는 논쟁은 끝났다.


정보 과잉 시대, 탈산업화 시대의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이 무엇을 생각하느냐, 유권자에게 어떤 정보를 

주느냐보다 그들이 어떻게 느끼느냐, 왜 그렇게 느끼느냐다. 무엇이 얼마나 많은 것이 중요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 

대중들은 인터넷 검색으로, 스마트폰 앱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경험으로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만 그런것이 아닌것 같다. 이미 우리나라도 그렇고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현상인것 같다.

너무 많은 정보를 인간의뇌가 다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화 시켜서 이분법적으로 보게되고,

감정에 이끌리는것 같다.


파괴자들
국내도서
저자 : 손재권
출판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2013.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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