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너 마리아 릴케1 릴케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송영택 저녁 변두리의 마지막 집 뒤로 쓸슬하게 빨간 저녁 해가 진다. 장중한 시의 끝맺이를 외며 낮의 환호성이 그친다. 그 잔광은 늦게까지도 지붕 모서리에 여기저기 남으려 한다, 어느새 검푸른 먼 하늘에 밤이 다이아몬드를 뿌릴 때, 밤에 오느새 프라하의 하늘 높이 밤이 커다랗게 피어 있다, 꽃받침같이. 나비 같은 햇살은 그 휘황한 빛을 꽃으로 핀 밤의 서늘한 품에 감추었다. 교활한 난쟁이, 달은 높이 솟아서 히죽거리다가 송이 모양이 된 밝은 은빛 부스러기를 지분지분 몰다우강에 뿌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정이 상한듯이 빛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그의 경쟁자를 탑시계의 환한 문자판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겨울 아침 폭포가 꽁꽁 얼어붙었다. 연못 물가에 까마귀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귀가 빨갛.. 2019. 7. 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