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작가1 책 추천 한강작가 소설 흰 ◆안개 이 낮선 도시에서 왜 자꾸만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르는 걸까? 거리를 걸을 때 내 얶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거의 모든 말, 스쳐지나가는 표지판들에 적힌 거의 모든 단어를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움직이는 단단한 섬처럼 행인들 사이를 통과해 나아갈 때, 때로 나의 육체가 어떤 감옥처럼 느껴진다. 내가 겪어온 삶의 모든 기억들이, 그 기억들과 분리해낼 수 없는 내 모국어와 함께 고립되고 봉인된 것처럼 느껴진다. 고립이 완고해질수록 뜻밖의 기억들이 생상해진다. 압도하듯 무거워진다. 지난여름 내가 도망치듯 찾아든 곳이 지구 반대편의 어떤도시가 아니라, 결국 나의 내부 한가운데였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지금 이 도시는 새벽안개에 잠겨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졌다. 내가 바라보는 창으로부터 사오미.. 2019. 3. 2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