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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한강작가 소설 흰 ◆안개 이 낮선 도시에서 왜 자꾸만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르는 걸까? 거리를 걸을 때 내 얶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거의 모든 말, 스쳐지나가는 표지판들에 적힌 거의 모든 단어를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움직이는 단단한 섬처럼 행인들 사이를 통과해 나아갈 때, 때로 나의 육체가 어떤 감옥처럼 느껴진다. 내가 겪어온 삶의 모든 기억들이, 그 기억들과 분리해낼 수 없는 내 모국어와 함께 고립되고 봉인된 것처럼 느껴진다. 고립이 완고해질수록 뜻밖의 기억들이 생상해진다. 압도하듯 무거워진다. 지난여름 내가 도망치듯 찾아든 곳이 지구 반대편의 어떤도시가 아니라, 결국 나의 내부 한가운데였다는 생각이 들 만큼. 지금 이 도시는 새벽안개에 잠겨 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졌다. 내가 바라보는 창으로부터 사오미.. 2019. 3. 20.
책 리뷰 한강작가 흰 인간의 삶은 빛과 어둠이 같이 공존하지만 많은 미디어에서는 빛만 강조하고 어둠은 잘 보여주지 않는다. 많은 미디어 프로그램들이 고난과 역경 후엔 행복이 오는 구조로 끝이 난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은 "흰"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어둠을 더 중심적으로 다룬다. 2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아기를 살리려고 부모님은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죽음을 맞이하고 두 번째 사내아기도 조산한다. "태어났다면 태어나지 않았을 나"라는 구절에서 죽음과 탄생이 교차한다. P118 잔혹함, 슬픔, 절망, 더러움, 고통보다 먼저, 당신에게는 깨끗한 것을 먼저, 그러나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종종 캄캄하고 깊은 거울 속에서 형상을 찾듯 당신의 눈을 들여다봤다. 많은 부모님들이 우리 아이한테는 좋은 것만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고 .. 2018.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