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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철학&심리학

칼 구스타프 융 페르소나와 그림자

by 워니의서재 2019. 4. 29.

 

방탄소년단의 신규앨범이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는 뉴스기사를 보고 책을 꼭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르소나'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정확한 뜻은 모르고있었습니다. ‘융의 영혼의 지도’라는 책을 보기 전에 제가 알던 페르소나는 사람들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페르소나는 가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뜻한다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완벽히 이해는 못했지만 그래도 어설프게 알고 있던 것을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융에 의하면 사람의 성격은 잠재 인격들로 구성되어 있고, 자아 콤플렉스와 소규모 개별 콤플렉스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쉽게 서로 대립하고 갈등을 일으켜 신경증적 성격 유형으로 발전됩니다. 이런 다양한 잠재 인격중 '페르소나''그림자'로 구분하여 설명합니다. 페르소나는 배우의 가면을 의미하는 라틴어의 어원으로 파생된 말입니다.

 

 

삶 초기에는 무수히 많은 성격들이 통합된 형태로 존재합니다. 성격은 다 형성되지 않았고, 잠재되어 있습니다. 성장과 더불어 분화되고 여러 부분으로 분리됩니다. 자아의식이 형성되며, 이 자아의식이 자라면서 전체로 나타나는 자기의 모습은 '무의식'으로 남습니다. 반대로 무의식은 내면의 정신적 외상 경험과 연계된 자료로 구조화되어 잠재 인격, 즉 콤플렉스를 형성하게 됩니다. 콤플렉스는 자율적이며 자체 의식을 갖습니다.

 

◈ 그림자의 특징

자아가 제어할 수 없는 무의식의 정신 요소들 가운데 하나가 그림자입니다. 보통 자신의 내면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그림자는 비도덕적이거나 평판이 나쁜 특질을 갖습니다. 사회의 관습이나 도덕적 관례와 반대되는 본성을 가진 사람들의 특징도 포함됩니다. 말하자면 그림자는 자아의 어두운 면입니다.

 

모든 자아는 그림자를 갖습니다. 세계에 적응하고 대응할 때, 자아는 그림자를 이용해 도덕적 갈등이 따르는 불미한 활동을 수행합니다. 자아가 모르는 상태라도 그림자의 방어적이고 자기만 챙기는 활동들은 암흑 속에서 수행하게 됩니다. 그림자는 마치 국가 비밀 정보원처럼 활동합니다.

 

 

융에 따르면 자아가 의지하고 선택하고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추적할 경우 사람은 자아가 자신의 그림자 안에서 극도로 이기적이고, 냉혹하고, 강압적이게 될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 분명 해지는 어둠의 영역에 이르게 됩니다. 사람은 순전히 자기중심적이라 어떤 대가를 감수하고라도 권력과 쾌락이라는 개인적 욕망을 성취하는 데 몰두하게 됩니다.

P158. 그림자의 특성들이 어느 정도 의식화되어 통합된 사람은 보통 사람과 매우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본래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지 잘 모른다. 그래서 스스로가 이타적이며 자신의 욕구나 쾌락을 통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그런 특성을 숨기는 한편 사려 깊고, 신중하고, 공감적이며, 성찰하고, 상냥하게 보이게 하는 외관 뒤로 숨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예외는 '부정적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P159. 그림자 안에서 자아가 원하는 것이 그 자체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일단 직면했을 때 그림자는 종종 상상한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아가 그림자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는 무의식적으로 타자에게 투사된다. 예컨대 우리는 진짜 이기적인 사람 때문에 엄청나게 약이 오를 때가 있는데, 이런 반응은 보통 무의식적 그림자가 투사되고 있다는 신호다. 심리적으로 순진하거나 방어적 저항을 보이는 사람은 자기가 갖는 지각에 초점을 맞춰 보호하며, 투사된 부분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이러한 방어적 전략을 사용하면 그림자가 갖는 특성들을 인식할 수 없어 통합할 기회도 놓치고 만다. 대신 이러한 방어적 자아는 스스로 옳다고만 여기기 때문에, 스스로를 무고한 희생자나 단순 관찰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해버린다. 그 결과 상대방은 악한 괴물인 반면에 자아는 무고한 양처럼 느낀다.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 정치나 사회문제를 봐도 융이 말한 것과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무고한 희생자로 생각한 결과 상대방은 괴물로 취급하게 되는 현상. 요즘 사회에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저의 실제 경험을 말하자면 얼마 전 지하철에서 실수로 제 발을 밟고서는 미안하다는 사과 없이 저를 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마치 "아 왜 거기 서있어!"라고 말하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본인은 잘못이 없는데 왜 하필 당신이 거기 서있어서 밟은 거잖아!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그림자 형성

그림자는 자아 발달 과정에서 자아의식이 거절하면 그것이 그림자가 됩니다. 자아의식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동일시하고 흡수하는 것은 자아와 페르소나의 일부가 됩니다. 그림자는 의식적 자아와 페르소나와 양립할 수 없는 특성을 갖습니다. 그림자와 페르소나 모두 정신에 존재하는 자아의 인물들입니다.

 

페르소나는 자아의식과 어느 정도 동일하며, 개인의 정신적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그러나 페르소나는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과 양립하므로 자아가 편안하게 여길지는 모르지만,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자아에게는 이질적입니다. 그림자 성격은 시야에서 멀어져 보이지 않다가 특별한 경우에만 나타납니다. 세상은 그림자 인물에 대해서 제대로 의식하지 못합니다. 이에 반해 페르소나는 훨씬 더 분명합니다. 페르소나는 매일 사회적 세계에 적응하는 데 공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하나는 대중 앞에 나서며, 다른 하나는 멀리 숨어 있고 은둔적입니다. 그들은 서로 완벽히 대조적인 면을 보입니다.

 

한쪽이 합리적이면 다른 쪽은 감정적입니다. 이 책에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예로 들었지만 저는 최근에 본 영화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가장 최근에 본 '어벤저스의 헐크'와 '영화 어스'등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작과 상관없이 오로지 심리학으로 캐릭터를 분석하자면 어벤저스의 헐크의 페르소나는 '브루스 배너'입니다. ( 어차피 원작도 심리학이나 철학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기 때문에 저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페르소나는 문화, 교육, 물리적, 사회적 환경에 잘 적응한 결과로 형성된 인물입니다. 페르소나는 로마 연극에서 배우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융이 차용한 용어입니다. 가면을 쓰고 무대에서 연기하듯 사회에서 특별한 역할과 정체성을 연기합니다. 페르소나는 개인의 의식적 생각과 감정을 타자에게 감추거나 드러내는 일을 하는 기능 콤플렉스라고 융은 정의합니다. 사회에서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 또는 가장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 모습이 다른 이유를 '페르소나'에서 알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페르소나'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회적 모습이기 때문이지요.

 

브루스 배너가 페르소나라면 그림자는 헐크입니다. 헐크는 브루스 배너의 억압된 감정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열등감으로 구성됩니다. 브루스 배너의 억압된 무의식은 특정 계기를 통해 외부로 나오게 됩니다. 영화에서 시간여행으로 과거로 간 브루스 배너는 헐크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수치심을 느낍니다. 융에 따르면 그림자는 늘 악한 것이 아니라 페르소나에 순응하지 않아서 그림자에 붙어 있는 수치심 때문에 그렇게 느껴질 뿐이라고 합니다. 타인에게 그림자 모습을 보여주거나, 어느 순간 스스로 그림자의 모습을 깨닫게 될 때 수치심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 어스에서는 지하에서 살고 있던 복제인간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들은 땅에서 사는 우리들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어느 날 지하에만 갇혀있던 그들은 땅으로 올라오고, 땅에서 사는 우리들을 공격합니다. 이는 억압되어 있던 그림자가 페르소나의 가면을 벗기고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상징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통합

 

페르소나가 그림자와 통합하기 위해서는 자기 수용에 달려있습니다. 여기서 자기 수용이란 페르소나에 속하지 않은 이상적 이미지 또는 문화적 규범 같은 이미지를 자신의 일부로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페르소나와 그림자의 갈등은 통합을 통해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어벤저스의 브루스 배너는 과거의 헐크가 되었을 때 '자동차 운전석에서 핸들 하나를 놓고 둘이서 운전하는 느낌'으로 비유했습니다.

 

브루스 배너의 대사에서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의 정체성 혼란을 겪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은 브루스 배너이고 계속해서 가면을 쓰고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억압된 그림자는 분노를 통해서만 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할 때도 기분 좋게 노래를 흥얼거리다가도 누군가 앞으로 끼어들면 바로 쌍욕을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림자와 페르소나의 통합되는 과정은 변증법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극심한 갈등으로 페르소나의 장점과 그림자의 장점이 만나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됩니다. 어벤져스에서 프로페서 헐크가 그런 개념인듯 합니다. 토르 라그라로크에서 브루스배너와 헐크의 갈등으로 브루스배너는 내면에 갇히고 그림자인 헐크만 계속 사회활동을 하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이때가 페르소나와 그림자가 갈등하는 단계이고, 엔드게임에서는 서로 통합되어 한단계 더 성장한 프로페서 헐크로 거듭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융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그림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림자가 꼭 악한 것이 아니고 수치심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림자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만 페르소나와 통합되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길로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자신의 이기적이고 어두운 면과 열등감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타인의 이기적인 모습을 볼 때도 조금 더 관대하게 "사람이니까 나도 그랬으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이해할 수 있게됩니다. 열등감을 인정하게 되면 더이상 수치스럽지 않게되죠. 왕좌의 게임 티리온 라니스터 대사중에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면 더이상 약점이 아니게돼”와 일맥상통합니다. BTS덕에 좋은 책을 알게되었습니다. 책이 상당히 어렵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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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의 영혼의 지도

융 심리학 전문가 머리 스타인 박사가 30년 가까이 연구한 결과물을 쉬운 언어와 적절한 비유로 설명한 개론서. 융 심리학의 깊고 넓은 배경과 바탕은 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일반 독자들에게 막막한 벽과도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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