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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3

헤르만헤세 시집 사라진 소리 언제였던가 어린 시절에 나는 목장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때, 아침 바람에 노래 하나가 조용히 실려 왔다. 푸른 공기의 소리였든가 또는 무슨 향기, 꽃향기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어린 시절을 영원토록 울리고 있었다. 그후 나는 그 노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요 며칠 사이에 비로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살며시 다시 울리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모든 세상 일이 아무렇든 좋고 행복한 사람들과 처지를 바꾸고 싶지도 않다. 귀를 기울이고 싶을 뿐. 향긋한 소리가 흐르는 것을 마치 그때의 소리인 양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서 있고 싶을 뿐. 만발한 꽃 복숭아나무에 꽃이 만발했지만 하나하나가 다 열매가 되지는 않는다. 푸른 하늘과 흐르는 구름 속에서 꽃은 장미빛 거품처럼.. 2019. 7. 10.
릴케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송영택 저녁 변두리의 마지막 집 뒤로 쓸슬하게 빨간 저녁 해가 진다. 장중한 시의 끝맺이를 외며 낮의 환호성이 그친다. 그 잔광은 늦게까지도 지붕 모서리에 여기저기 남으려 한다, 어느새 검푸른 먼 하늘에 밤이 다이아몬드를 뿌릴 때, 밤에 오느새 프라하의 하늘 높이 밤이 커다랗게 피어 있다, 꽃받침같이. 나비 같은 햇살은 그 휘황한 빛을 꽃으로 핀 밤의 서늘한 품에 감추었다. 교활한 난쟁이, 달은 높이 솟아서 히죽거리다가 송이 모양이 된 밝은 은빛 부스러기를 지분지분 몰다우강에 뿌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정이 상한듯이 빛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그의 경쟁자를 탑시계의 환한 문자판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겨울 아침 폭포가 꽁꽁 얼어붙었다. 연못 물가에 까마귀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귀가 빨갛.. 2019. 7. 9.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를 잘 읽지 않던 나라서 시집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건, 뉴욕에서 마크로코스의 죽음과 작가의 태어난 날 과 함께 교차하면서 표현할 때 인간이 태어나는 것도 삶이고, 죽는 것 또한 삶이라고 표현하는 듯했다. 고통, 외로움 그리고 빛과 어둠 인간의 삶에서 모든 것이 다 존재하는 게 삶인데 요즘 대한민국 삶에서는 고통과 어둠은 외면시 한다. TV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사람들이 불행은 보기 싫어한다는 이유다. 2018.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