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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책 결말해석 줄거리 리뷰

by 워니의서재 2019. 4. 13.

기억을 잃은 살인자 김병수는 올해 70세의 알츠하이머 환자입니다. 알츠하이머는 최근의 기억부터 점차적으로 사라져서 나중에는 어린 시절 기억만 남게 되는 병입니다. 그러한 병에 걸린 김병수는 어제 한 행동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과거의 살인자로 살던 기억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설에서 김병수의 직업은 수의사이고 25년 전 마지막 살인으로 살인을 그만두고 은둔생활을 지속해오던 중이었습니다. 김병수는 딸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김병수는 문화센터 다니면서 시를 배웠었는데, 그때 문화센터에서 한 여자를 살해하던 중 그 여자가 딸만은 살려달라고 부탁하여 은희라는 아이를 거둬들여 자신의 딸로 키우게 됩니다.

 

 

한편 마을에는 여성들만 자꾸 죽이는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문이 돌게 됩니다. 그때 주인공 김병수는 차량 충돌사고가 납니다. 그때 차에서 내린 박주택 형사를 보고 예사롭지 않음을 느낍니다. 주인공 김병수는 박주태 형사의 차 트렁크에서 붉고 선명한 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김병수는 이때부터 박준태를 살인범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거의 확신합니다.김병수는 박주택 형사가 자신의 딸 은희를 죽이려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김병수는 박주태 형사에게서 자신의 딸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합니다.

 

 

P11. 공가운데에는 물질도 없고 느낌과 생각과 의지 작용과 의식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형체와 소리, 냄새와 맛과 감촉과 의식의 대상도 없으며, 눈의 경계도 없고 의식의 경계까지도 없으며, 무명도 없고 또한 무명이 다함도 없으며, 늙고 죽음이 없고 또한 늙고 죽음이 다함까지도 없으며,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과 괴로움의 없어짐과 괴로움을 없애는 길도 없으며, 지혜도 없고 얻음도 없느니라."

 

 

반야심경의 한 구절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치 뇌에서 기억이 점점 사라지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느낄 수 없어서 괴로움조차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우주가 처음 빅뱅으로 시작하여 무한대로 팽창하다가 결국은 다시 작아지면서 소멸할 것이라는 가설이 있습니다

 

 

알츠하이머는 마치 우주가 팽창했다가 다시 소멸하는 빅뱅과  굉장히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쓸신잡 3에서 김영하 작가는 인간은 태어나서 기억을 쌓고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다시 기억을 하나둘 잃어가다가 결국에는 어린 시절 기억만 남게 되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고 말했습니다. 아기로 태어나 성인이 되고 다시 노인이 되어 아이처럼 돼가는 모습은 마치 다시 흙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듯합니다.

 

 

P24. 적어놓지 않은 것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버린다.

 

P27. 문화센터에 다닐 때, 강사가 마당의 시를 가지고 수업을 했다. [신부]라는 시였다. 첫날밤 뒷간에 가는 신랑의 옷이 문고리에 걸렸는데, 신랑은 신부가 음탕해서 그러는 줄 알고 달아났다가 40년인가 50년 후에 우연히 그곳을 지나다 둘러보니, 신부가 첫날밤 모습 그대로 앉아 있더라는, 그래서 툭 건드렸더니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더라는 얘기. 강사부터 수강생들까지 정말 아름다운 시라며 난리를 피웠었다. 나는 그 시를, 첫날밤에 신부를 살해하고 도주한 신랑 이야기로 읽었다. 젊은 남자와 젊은 여자, 그리고 시체, 그걸 어떻게 달리 읽겠는가? 여기서 주인공 김병수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유형이다.

 

 

P62. 혼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  -니체.

 

 

P98. 인간은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치매에 걸린 인간은 벽이 좁혀지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숨이 막힌다.

 

 

P116. 오래전 과거는 생생하게 보존하면서 미래는 한사코 기록하지 않으려 한다. 마치 내게 미래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하여 경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P117. 고향은 과거에 속해 있지만 그곳으로 돌아간다는 계획은 미래에 속한다. 현재에만 머무른다는 것은 짐승의 삶으로 추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더는 인간이랄 수가 없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가상의 접점일 뿐,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중중 치매 환자와 짐승이 뭐가 다를까. 다른 것이 없다. 먹고 싸고 웃고 울고, 그러다 죽음에 이르는 것이다.

 

 

P117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기억이 없는 인간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랫동안 못 본 사람들을 3~10년 후 만나서 대화해보면 서로 기억이 너무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인간의 기억은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현재는 같은 기억이라  할지라도 시간이 흐르고 서로 살아온 환경과 경험으로 인해 재 편집됩니다. 더군다나 알츠하이머는 현재의 기억은 점점 소멸되고, 과거의 기억에 머무르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의 기억과 뒤섞여 재편집되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나 결말이 애매합니다.

 

 

김영하 작가는 알쓸신잡 3에서 소설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해석은 독자의 몫이라고 했습니다. 이 말의 뜻은 일부로 결말을 애매하게 끝냄으로써 서로 추측하고 해석하면서 계속 회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결말 해석은 없습니다. 모두 주관적인 해석이지요. 저의 의견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의 해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망상이었고 김병수는 그냥 '치매 요양원'에 있었을 뿐입니다.

 

 

최근에 방영한 '눈이 부시게'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알츠하이머 시점으로 작품을 풀어낸 것입니다. '눈이 부시게'는 알츠하이머 환자가 얼마나 고통을 겪고 있는지를 다룬 반면에 살인자의 기억법은 기억이 사라지게 되면 가장 기억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입니다.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작품들도 떠오릅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메멘토"도 기억에 관련된 영화입니다. 그리고 줄리어 반즈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기억을 다루지만 다른 점은 상대방과 나와의 기억이 다르다는 것을 다룹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주인공 토니가 첫사랑을 만나 서로 다른 추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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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작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김영하다. 2013년 올해로 데뷔한 지 19년. 하지만 그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여전히 가장 젊은 작가다. 그의 소설은 잔잔한 일상에 파격과 도발을 불어넣어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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