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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콜24 김유철 장편소설

by 워니의서재 2019. 1. 29.

여자의 등은 단호하게 하늘을 향하고 있다.

등을 돌린 채, 저수지의 바닥을 바라보고 있다.

바닥의, 깊은 어둠을 굽어보고 있다.

창백한 어둠 속에 시선을 풀어

쏟아지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조동범의 시 저수지 중에서



줄거리 요약


P9.

발을 디딜 때마다 도둑눈이 내린 새하얀 벽지 위로 길게 발자국이 남았다.

새벽 기온이 영하 5도라고 했지만 해나의 얼굴에 부딪치는 바람은 훨씬

더 차갑고 매서웠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해나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왔던 길을 되돌아 봤다. 주위를 둘러싼 나무들은 하얀 설탕가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보였다. 그 위로 다시 눈송이가 날리기 시작했다.


P10.

저수지의 표면은 거울처럼 매끄러웠다. 하늘에서 떨어진 눈송이는 저수지

경계면에 부딪치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해나는 한발자국 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소설은 한 여고생이 저수지에 몸을 내던지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해나는 죽기직전 선배였던 재석을 만났다. 둘은 횟집에 가서 매운탕과

회를 시키고 소주를 세 병과 맥주 두 병을 마셨다. 횟집 주인이 대리운전을

불러주겠다고 했지만 재석이는 거절하고 해나를 모텔에서 재우고 나가려

했지만 해나에게 고백을 받고 함께 밤을 보내게 되고 해나를 죽인 용의자

가 된다.



조변호사는 김변호사보다 학번이 4년 아래 후배였지만 김과 같은 해 고시에

합격하여 연수원 동기가 되었다. 강건한 성격에 의협심이 강해서 공직 생활

과는 맞지 않아 결국 검사 생활 2년 만에 옷을 벗고 인권변호사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조변호사는 김을 만나 유방암을 진단 받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술로 완치될 수 있지만 당분간 쉬면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담당의사에 소견을 받게되어 조변호사가 진행하던 사건 하나를 김에게

부탁하면서 사건파일 하나를 넘겨준다. 사건파일에 앞장에 노란색 메모지

가 붙어있다.



"꼭 부탁드려요, 선배님. 암 수술 받으러

가는 후배의 마지막 소원일지도 모르니까'


김은 그렇게 사건을 맡게된다. 사건의 용의자 재석을 만나고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자 해나가 다니던 KC콜센터에 문제가 많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나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에도 문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P75.

"한국 사회라는 게 그렇잖아요. 모나지 않게 행동하는 게 일종의 처세술이죠.

침묵하고 외면하는 한 피해 볼일은 없으니까요."


P79.

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들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학교가, 오히려

근무 조건이 열악한 기업에 매년 값싼 인력으로 현장실습생들을 공급하고

있었던 셈이다.



"현실적으로 전공 관련 회사에 취업을 나가는 건 쉽지 않아요.

저희 학교로 취업 의뢰가 들어오는 기업들 중에 해나가 속한

전공과 유사한 업종은 10퍼센트 안팎이거든요."



◆ 콜24를 읽고...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얼마전 '먼저끊을 권리'를 도입했다는 기사가 생각났다.

소설처럼 실제로 특성화고 학생이 업무스트레스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고

욕설하는 고객을 수시간 응대하다가 상담원이 졸도하는 사건도 있었다. 콜센터 상담원

들의 감정노동으로 생긴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주목받게 되자 몇몇 기업이 대책을 냈다.

욕설이 계속되면 먼저 전화를 끊으라는 지침이었다. 이 조치 이후 현대카드는 월 평균

300여건이던 막말전화가 60%이상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작년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아직 산업현장은 전혀 나아질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현장실습에 나간 학생들은 교육 대상이 아닌 '값싼 노동자'로 치부한다. 저임금의 위험한

일자리를 10대로 채우려는 기업과 취업률로 학교를 평가해온 정부 그리고 취업률을 높이

려는 학교. '트라이앵글 구조'로 실습생을 위험으로 내몰린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현장실습

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20대에 젊은 청년들이 정규직에 취업하지 못하고 위험한 비정규직

산업현장에 투입되어 많은 젊은 노동자들이 사망한다.


얼마전 있었던 태안화력발전소 사고로 사망한 사건 과 몇해전 있었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생각났다. 대한민국 곳곳에는 현장실습생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노동자들이 희생당하고 있다. 태안발전소 사고가 있기전에 9년간 44건의 산재가 발생했다.

당시 자료를 보면 해당 기간 사망자는 총 6명이었다. 전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미래의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사람들에게 너무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다.

어디선가 보았던 한 문장이 생각난다. 과거나 지금이나 하나 다를게 없다.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노인들이고, 
그 전쟁으로 희생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다."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노인들이고,

그 정책으로 희생하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다."


콜24
국내도서
저자 : 김유철
출판 : 네오픽션 20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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