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에 의하면 암울한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자각몽을 현실도피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의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이런저런 자각몽 꾸는 법이 넘쳐나고, 조회수가 10만을 넘는 자각몽 관련 스마트폰 앱도 나와 있을 정도 입니다.
자각몽이 원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같은 질병의 정신치료법임을 상기해볼 때, 오늘의 이십대들을 압박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우울이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합니다.
승자독식 사회에서 더 암울하게 변해버린 이십대들은 다소 과격하게 말하자면 괴물이 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괴물이 되었습니다. 부당한 사회구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로서 그런 사회구조를 유지하는 데 일조합니다.
지금 이십대들이 보여주는 삶의 지향이나 행태는 획일화된 외골수로만 치달은 나머지 살벌한 경쟁 자체가 '모범적인 삶'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사회가 어쩔 수 없으니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그렇게 사는 것을 바람직한 사회생활로 이해합니다.
학력차별을 확대 재생산하는 데 더 열심이고, 자기계발서를 인생 최고의 경전인 듯 떠받들며 안으로는 극단적 자기관리의 고통에 피가 마르면서도 밖으로는 사소한 경쟁우위를 위해 어떤 차별도 서슴지 않는 걸 '공정'하다고까지 여깁니다. 도대체 무엇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걸까?
이 책은 지난 2008년 봄부터 착수하여 2012년 여름에 끝마친 오차혼 저자의 박사논문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그 핵심내용을 대중적 눈높이에서 재구성하고, 미처 논문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덧붙여 출간하였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스프링복'이라는 산양들은 가끔씩 집단 전체가 맹렬히 달리다가 절벽에서 함께 떨어져 죽습니다. 이 양들은 수천 마리가 함께 살다보니, 앞쪽의 무리가 먼저 지나가며 풀을 먹어버리면 뒤쪽의 무리들이 먹을 것이 없게 됩니다. 그래서 뒤의 양들은 자꾸만 앞으로 밀고, 앞에 있는 양들은 점점 밀리다가 기어코 달리기 시작합니다.
뒤의 양들은 빈 공간에서 천천히 풀을 뜯어먹으면 되는데, 집단으로부터 떨어지기 두려워 악착같이 따라 뒵니다. 결국 앞의 양은 뒤의 양이 미니까 뛰고, 뒤의 양은 앞의 양이 뛰니까 따라 뜁니다.
왜 뛰는지, 어디로 뛰는지 모르고 그저 서로 달리다가 절벽을 만나면 함게 죽어버립니다. 지금 한국 사회 이십대의 모습도 이 산양과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저자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저자는 대학생들이 비정규직 주장에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이십대가 처한 상황이나 KTX 여승무원들의 처지나 피차일반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요구하는 '정규직 전환'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지지함으로써 이십대 본인들의 미래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놓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십대 대학생들의 정 반대의 반응을 보여서 저자는 놀랐다고 말합니다. 요즘 이십대들은 대학졸업후 취업이 잘 되지 않아 졸업을 미루는 경우도 흔합니다.
이 책에서 몇가지 은어들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청년실신'은 대학 졸업 후 실업자가 되거나 빌린 등록금을 상환하지 못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것을 의미합니다. '홈퍼니'는 집에서 취업 원서 접수에 매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단어 '3포세대'등 많은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졸자들의 정규직 취업 비중은 해마다 줄고 있고, 당연히 비정규직 취업자 비율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파트타임 노동자로 살아가는 비중도 매년 기록적인 상승세다. 한마디로 이십대는 '벼랑 끝'에 몰려 있습니다.
고용환경이 불안정하면 개인은 어떻게든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십대의 자살률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위축된 상황의 자연스런 귀결입니다.
이십대가 힘든 사회구조적 이유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십대들이 그들에게 공감하길 바랬는데, 기대와 달리 정 반대의 의사표현을 한것입니다.
사회구조적 측면에 이십대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피차 마찬가지 처지인데, 이십대들의 일상적 현실에서는 마찬가지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계약직이 전체 노동자 대비 33%에 이릅니다.
600만 명에 육박하는 숫자입니다. 앞으로 이십대들은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겠지만 임금노동자로 살아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기정사실입니다.
따라서 그들 가운데 상당수가 저 '600만'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진출할곳의 상황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길 바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어들면 그만큼 아파할 이십대들도 줄어들것입니다.
문제는 이십대들은 사회구조적 문제는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렇게 됐다. 자기계발 안하고 뭐했냐?라는 식으로 받아들입니다.
흔히 많이 나오는 표현이 "지금까지 놀아놓고 어이 무임승차하려고"라는 생각들을 많이 합니다. 이는 아마도 지금까지 노력해서 스펙을 쌓았는데 자신들 보다 낮은 계급이라고 생각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이십대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자기계발서에 많이 노출되어 경쟁을 당연시하고 비정규직이나 처우가 좋지 않은 직업들은 스스로 노력을 안해서 그렇게 된거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 미디어도 자기계발에 관련된 미디어들이 많습니다. 모두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 삶을 살고 있다는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에서는 이와 비슷한 현상을 '신자유주의 서사'때문에 무한경쟁에 익숙해져서 경쟁을 당연시한다고 합니다.
모두 함께 잘사는 세상을 원하는게 아니라 공정한 기회에서 승리를 쟁취하여 사회에 높은 신분을 유지하고 차별은 당연시 되는 그런 사회를 생각한다고 합니다.
요즘 이십대들은 이런 신자유주의 서사에 많이 물들어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신자유주의 서사'는 대한민국에서 '자기계발서'에 있는 내용과 상당히 일치합니다. 결국 두 책 모두 가장 중요한것은 교육의 커리큘럼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이 2012년에 출간한걸 감안하면 그 당시 20대에서 지금은 30대가 되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점점 세대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인것 같습니다.
60대, 70대가 산업화 시대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다면 40대, 50대는 민주화 운동의 감정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요즘 20대, 30대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죽어라 노력하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감정을 공유하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어릴 때 부터 친구와도 경쟁하는 환경에 노출되었고, 부모와 선생님 어른들은 서로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가르키기 보다는 니가 밟지 않으면 밟힌다고 교육 받아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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