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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인문학

카사노바는 그냥 바람둥이였을까?

by 워니의서재 2019. 6. 8.

카사노바가 살던 18세기 유럽에서 여자는 배우자나 애인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없었습니다. 남자가 어떤 여자를 원하면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돈을 주고 삿으며, 돈이 없으면 납치하거나 강간을 했습니다. 이런 남자를 법적으로 고소해봤자 법은 대체로 남자편이었습니다.

 

기껏해야 아버지나 오빠가 칼을 들고 나가 결투로 담판을 짓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납치범이나 강간범도 결투에서 이기면 그것으로 끝이었고, 주변 사람들 역시 결투로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지극히 신사다운 방법이라고 인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시대에 매우 미천한 신분이었던 광대의 아들로 태어난 카사노바는 어느 날 우연히 베네치아 최고 부호의 목숨을 구합니다. 그 부호로부터 어마어마한 사례금을 받은 후 카사노바의 인생이 바뀌게 됩니다. 매일같이 도박을 일삼고 술집 여자들과 방탕한 시간을 보냅니다.

 

나중에는 이일로 베네치아에서 추방까지 당합니다. 이웃 도시로 쫒겨나 귀양살이를 하게 된 카사노바는 그곳에서 앙리엣이란 프랑스 여성을 만나면서 또 다시 새로운 인생을 열게 됩니다. 당시 여자들은 대체로 학교에 다니지 않아서 무식했는데, 앙리엣은 책을 많이 읽고 머리도 좋아 지적 수준이 매우 높았습니다.

 

카사노바는 난생 처음으로 여자와 인간적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진정한 연애를 할 수 있다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앙리엣은 금화 500냥과 함께 편지를 남기고 카사노바곁을 떠나버립니다.

 

 

'우리가 함께 행복한 꿈을 꿨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 현명한 사람 들이기를 원해. 운명에 대해 불평하지 말기로 하자. 행복한 꿈이 우리가 함께 있던 시간만큼 오래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니까.'

 

편지 내용으로만 봐도 왜 카사노바가 앙리엣을 존경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카사노바는 앙리엣과의 연애를 통해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사랑이란 여자와 싸우고 줄다리기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카사노바는 인생에 새로운 목표를 세웁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버지가 정해준 나이 많고 멋대가리 없는 남자와 결혼해 자기를 구속하는 가부장적 남자에게 복종하며 불행하게 살았습니다. 카사노바는 이런 여자들을 해방시켜주기로 결심합니다. 카사노바는 자기가 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한 여자들을 골라서 유혹했습니다.

 

 

그녀와 한패가 되어 그녀의 남편이나 아버지를 골려주며 뜨거운 연애를 즐기다가, 권태기만 오면 여자에게 새 애인을 찾아주고 멋지게 사라졌습니다. 광대 부모 밑에서 자란 카사노바는 연애를 할 때마다 박진감 넘치는 줄거리를 연출했습니다. 또 무대장식을 응용한 '이벤트'라는 개념도 발명해 활용합니다.

 

카사나보는 멋진 연애법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양의 그림, 시, 문학을 연구했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로 러브레터를 쓸 수 있을 정도의 어학 실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카사노바가 여자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나중에 여자의 남편이나 아버지가 카사노바를 고소하면 여자들이 하나같이 목숨을 걸고 카사노바를 보호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아무 여자에게나 껄떡거리고 다니는 제비를 카사노바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높은 문화 수준, 세련된 스타일, 여자의 심리와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여자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멋쟁이를 카사노바라고 합니다. 카사노바는 사실 여자들의 적이 아니라 질투 많고 가부장적인 남자, 여자의 마음을 구속하려고 억지 부리는 남편들의 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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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언어 속에 숨겨진 시공간을 관통하는 이야기와 지식을 재미있게, 그러나 제법 단단하게 전달해주는 인문서. 불필요한 권위와 무게감을 덜어내고 자연스레 삶 속에 스며드는 인문학을 만날 수 있다. 6,000년 전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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