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식창고/인문학

팜므파탈의 시작

by 워니의서재 2019. 6. 9.

팜므파탈의 본래의 뜻은 '죽음을 부르는 여자'입니다. 이 말은 원래 남자 주인공을 자살하거나 죽게 만드는 소설 속 주인공을 뜻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세계의 4분의 1을 정복한 영국은 '대영제국 에 해질 날 없다'는 말을 탄생시켰을 정도로 대단한 국력을 자랑했습니다.

 

전 세계의 돈과 권력을 독차지한 영국 귀족들은 사치와 쾌락에 젖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시대에 빅토리아 공주는 알베르트 공과 사랑에 빠져 결혼햇습니다. 공주가 연애로 결혼하기도 상당히 드문데, 신혼생활도 얼마 가지 못하고 신랑 알베르트는 장티푸스에 걸려 사망합니다.

 

그 이후 빅토리아 여왕은 웃지도 않고, 다른 남자를 만나지도 않은 채 항상 검은 옷을 입고 교회만 다녔다고 합니다. 그 영향으로 영국 사회 분위기 역시 180도 바뀌게 됩니다. 이전 시대와 달리 사치와 쾌락을 즐기는 귀족은 손가락질당하고, 칙칙한 검은 옷만 입고 다녀야 신사답다는 말을 들을수 있게됩니다.

 

밝고 화려한 색상이나 장식 많은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를 보면 눈살을 찌푸렸고, 여자가 마차에 올라탈 때 실수로 치마가 슬쩍 올라가 발목만 보여도 남자 홀리는 값싼 여자라며 수군거리기 일쑤였습니다. '다리'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면 야하다며 금기시 했습니다.

 

이때 음식점들은 하얀 테이블보를 씌우는 전통을 만들었는데 테이블 다리가 외설적인 생각을 부추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고 합니다. 또 공개된 장소에서 해수욕을 하려면 수영복 입은 모습이 노출되지 않아야 하므로 밑 부분이 뚫린 커다란 나무상자를 준비해 말이 그것을 바다로 끌고 나가 그 상자 안에서 해수욕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서양인들은 오늘날까지도 꽉 막힌 사람을 가리켜 빅토리아 시대 사람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 통제하면 오히려 삐뚤어집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들은 외설적이고 기이하고 폭력적인 소설이나 연극을 광적으로 좋아했습니다.

 

이들이 생각하는 훌륭한 소설이나 연극의 엔딩은 마음 착한 주인공이 잔인한 방법으로 죽는 것이었는데, 특히 몹시도 사악한 여자가 교묘하게 남자를 꼬드겨 죽게 만드는 변태적인 러브스토리에 가장 열띤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인들은 심지어 성경 속에서도 예수님 말씀보다는 잔인하고 야한 스토리에 관심을 더 보였다고 합니다. 당시 가장 인기 있던 성경 내용은 '살로메'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예수님이 살던 시절, 이스라엘에는 세례 요한이라는 예언가를 존경한 헤롯이라는 왕이 살았습니다. 헤롯왕은 동생의 아내인 헤로디아를 사랑했는데, 동생이 죽자 헤로디아를 차지했습니다. 세례 요한이 이를 두고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비난하자 헤롯왕은 세례 요한을 감옥에 가두고 잘 달래보려고 합니다.

 

한편, 헤로디아는 여왕 자리를 위협하는 세레요한을 끔찍하게 싫어했습니다. 어느 날 헤롯왕이 궁전에서 화려한 향연을 열었습니다. 헤로디아는 딸 살로메를 시켜 중동 여자들 사이에 비밀스럽게 전수되는, 남자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야한 춤 7 베일의 춤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살로메의 춤에 홀딱 반한 헤롯왕이 그녀에게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주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머리를 가져달라고 부탁합니다. 헤롯왕은 잠시 후 자기가 한 약속을 후회했지만, 왕이 되어 한번 입밖에 낸 약속을 어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존경하던 세례 요한의 머리를 잘라 은쟁반 위에 올려 살로메에게 바쳤다고 합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희곡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이 이야기를 각색해서 연극무대에 활용합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연극 버전에서는 살로메가 세례 요한을 짝사랑하는데 아무리 유혹해도 세례 요한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자 복수심에 가득찬 살로메는 헤롯왕을 꼬드겨 세례 요한의 목을 잘라달라고 합니다.

 

연극의 마지막 장면은 살로메가 은쟁반에 놓은 세례 요한의 머리를 들어올려 피가 줄줄 흐르는 머리를 붙들고 진한 키스를 나무며 눈물을 흘리며 "너와 마침내 키스를 했어. 요한! 너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고! 이 광경을 보고 분노한 헤롯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경호원들을 불러 당장 살로메를 죽이라고 합니다.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끌어안은 채 경호원들에게 짓밟히며 연극의 막이 내립니다. 이처럼 빅토리아 시대 문학의 주인공은 주로 자기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여자들이었습니다. 문학 비평가들은 이런 여자 주인공에게 'femme fatale', 프랑스어로 '죽음의 여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720593

 

언어천재 조승연의 이야기 인문학

언어 속에 숨겨진 시공간을 관통하는 이야기와 지식을 재미있게, 그러나 제법 단단하게 전달해주는 인문서. 불필요한 권위와 무게감을 덜어내고 자연스레 삶 속에 스며드는 인문학을 만날 수 있다. 6,000년 전 유럽...

www.aladin.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