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은 세계인의 삶의 형태를 한순간에 통째로 바꾼 획기적인 기술제품들을 내놓고 나는 천제가 아니고 엔지니어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엔지니어를 단순한 '기술자'라고 생각하는 우리는 이해하기 힘든 표현입니다. 기술자는 창의적인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수학 문제를 잘 풀고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래 엔지니어는 '타고난 창의성의 천재'를 뜻이었습니다. 서양에서는 엔지니어를 예술가들만큼 괴팍하고 오리지널한 사람들로 인정해왔습니다. engineer라는 단어는 전쟁으로 얼룩진 중세 영국의 역사에서 나왔는데 당시 영국인들은 이들을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신비로운 존재로 우러러보았습니다.
'엔지니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처음 고용한 사람은 '프랑스 귀족 기욤 드 노르망디' 입니다. 그는 프랑스 북부의 위치한 노르망디라는 지역의 공작이었습니다. 언젠가 왕이 되겠다는 야망에 불타던 그는 영국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급습하여 영국 왕과의 전투에서 승리합니다.
그 이후 노르망디의 젊은 공작은 영국과 프랑스 양국을 다스리는 왕이 되었고 '정복자 윌리엄'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유럽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영국 국민들은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데다 영어조차 모르는 윌리엄을 자신들의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방인 취급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윌리엄은 자신이 데리고 온 몇 안되는 프랑스 기사들을 얕보고 영국인들이 떼로 뭉쳐 반란을 일으킬 것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목공, 석공들 중 머리가 비상하고 재주가 탁월한 사람들을 소집해 싱크탱크를 만들었습니다.
라틴어로 genius는 '타고난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복자 윌리엄의 싱크탱크를 머릿속에 꾀가 잔뜩 든 첱재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엔지니어in geniu-ior'라고 불렀습니다. 윌리엄의 엔지니어들은 '성castle'이라는 특이한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영국 곳곳의 크고 작은 도로는 물론 배가 지나다니는 물길 요지에 높은 사각형 돌담을 쌓았습니다. 성의 담벼락은 안에서 몸을 숨겨 다가오는 적에게 활을 쏘아 공격할 수 있는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었습니다. 벽에는 미끄럼틀 모양의 구멍을 뚫어 적이 다가오면 성 밖으로 커다란 바위를 굴려 적의 접근을 막을수 있었습니다.
성의 대문은 대체로 철과 나무의 이중문으로 만들었고, 철문이 뚫리면 그 위에 설치해둔 끓는 기름 솥이 쏟아져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적들에게 화상을 입혀 모조리 죽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적군이 운 좋게 벽을 넘어 안으로 침입하면 아군들은 성탑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고 밖으로 활을 쏘아 성 안에 잠입한 적군을 퇴치할 수 있었습니다.
윌리엄의 엔지니어들이 건설한 '로테스터 성'은 수백 년 후 영국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반란군들이 도피처로 사용했는데, 이 곳에서 97명의 기사들이 왕실 군대 전체를 막아냈을 정도였습니다. 머릿수가 아니라 기술력을 동원해야 전쟁을 이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것입니다.
엔지니어직에 가장 많이 고용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예술가들이었습니다.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공책에는 기발한 발명품이 많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늘을 날수 있는 기계, 장갑차 등 수많은 공성무기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피렌체 출신 레오나르도가 밀나오에서 엔지니어로 일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전통에 비추어 볼때 기술과 예술의 혼합이 서구권에서는 별난 것이 아니라 당연한것입니다. 서양에서는 인문학과 기술을 애써 접목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자가 곧 인문학자였던 것입니다. 사실 다빈치뿐만 아니라 당시의 모든 엔지니어들은 이런 공책을 가지고 다녔고, 평화 시에는 건축 디자인이나 그림 그리기, 농경지 개간, 둑 건설 같은 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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