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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인문학

니체가 말하는 귀족과 노예의 차이

by 워니의서재 2019. 6. 5.

"니체의 위험한 책,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있어서 발췌 요약했습니다. 노예와 귀족의 차이를 구분하는 구절과 이웃의 관련된 부분이 와 닿았습니다.

 

P120. 노예들은 자신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대상을 찾아 비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자신들과 대립관계에 있는 것을 우선 '악'으로 규정하고, 반대편에 있는 자신들을 '선'이라고 부른다. 귀족들이 '좋음''나쁨'으로 불렀던 것을 노예들은 '선' '악'으로 부른다. 귀족들이 말하는 '나쁨'에 연민과 동정이 담겼다면, 노예들이 말하는 '악'에는 저주와 원한이 담겨있다.

 

 

귀족들은 자신들이 기준을 세운다.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좋음'의 규정을 끌어낸다. 반면 노예들은 다른 자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자신들을 정당화하는 '선'을 끌어낸다. 귀족들이 자신들로부터 시작한다면 노예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시작한다.

 

귀족들은 자신으로부터 '좋음'을 규정하다 보니 '좋음'의 규정은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다. 그들은 스스로 '미덕'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의 주인이다. 반면에 노예들은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는 것에서 시작하다 보니 '선'에 대한 규정이 막연하고 모호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비난받는 특성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할 뿐 스스로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P121. 다른 사람들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에 대한 선한 규정을 끌어내듯이, 그들은 개별적인 것을 부정해서 보편적인 것을 얻는다. 그들은 개별적인 인간들의 판단과는 상관없는 보편적인 가치 기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보편적인 기준이 없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치판단을 멋대로 제시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상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P122. "일반화할 수 없는 것들까지 일반화하려 하기 때문에 도덕이 항상 기괴한 모습을 띠는 것."

 

'거짓말을 하지 말라'라고 하지만 전쟁을 수행하고 어떤 고대 국가들에서는 거짓말을 '적을 속이는 탁월한 기술'로 높이 평가한다. '시기심'을 나쁜 것으로 묘사하고 있는 도덕책이 있는가 하면, 그것이 서로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많은 선악의 목록들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보편적인 선악의 기준이 존재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떠받들어 온 가치를 파괴하는 사람, 바로 파괴자, 범죄자를 가장 미워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창조하는 자인 것을... 창조하는 자가 찾고 있는 것은 친구다.

 

P131. 풍성한 토양에서 자라는 사랑의 식물은 서로를 선물하는 친구로 만들어주지만, 척박한 토양에서 자라는 사랑의 식물은 상대방을 구속하는 가시 울타리로 자라난다.

 

풍성한 토양은 상류층이 사는 공간을 말합니다. 상류층은 서로를 신뢰하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척박한 토양은 하층민들이 사는 공간이고, 이들은 서로를 신분상승을 위해 서로 밟고 올라가려고 합니다. 하층민이 돈을 벌어 자신들의 공간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더 악랄하게 비판하고 다시 하층민으로 떨어뜨리려 합니다.

 

 

이웃사랑에는 항상 주변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과 결탁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러다 보니 "다섯 사람이 한 자리에 모이면 여섯 번째 사람은 항상 매장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웃을 사랑함으로써 먼 이웃을 '왕따'시키는 것이 이웃사랑의 위험이다. 그렇게 패거리를 짜고 군중을 형성하는 것보다 차라리 고독을 선택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P135. 고결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수치심을 갖지 않도록 배려한다.

 

마지막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가 한 말로 마무리하겠습니다.

 

"혹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쳐다보다가 가지고 있는 것 마저 망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행운의 선물임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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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그린비의 리라이팅 클래식(re-writing classin)은 인문학 고전들을 해체, 재구성하여 지금-여기의 삶을 위한 사상을 담기 위한 시리즈로, 수유연구실+연구공간 너머와 함께 한 작업의 산물이다. 그 중 1차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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