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반짝거려도 작은 돌멩이 하나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인류 역사 대부분 동안 다이아몬드가 널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입니다.
잘 세공된 다이아몬드는 아름다워서 부유층의 보석함 속에 오랫동안 자리했습니다. 하지만 20세기가 되기 전까지 그 외의 사람들은 다이아몬드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다이아몬드가 희소하던 시절에는 몇몇 사람이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게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1876년 한 10대 소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오렌지강에서 반짝거리는 조약돌을 발견하면서부터 였습니다.
소년은 여동생에게 주려고 조약돌을 집으로 가져왔는데, 22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밝혀졌습니다. 그 이후 다이아몬드를 캐려는 사람들이 주변 충적층을 샅샅이 탐사한 결과, 몇 년 사이 킴벌리 근처의 바위와 땅에서 광부들이 무도기로 다이아몬드를 캐냈습니다.
세계 다이아몬드의 대부분이 인도에서 나왔고, 인도 광산은 대부분 고갈 상태였습니다. 불과 10여 년 만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인도가 수백 년간 생산한 것보다 더 많은 다이아몬드를 생산했습니다.
새로운 다이아몬드가 쏟아져 나오자 즉각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이아몬드는 더 이상 희귀하지 않았고 구매자들은 값을 훨씬 많이 깎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다이아몬드가 귀족들은 다이아몬드에 흥미를 잃어 루비나 에메랄드로 눈을 돌렸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광산에 수많은 돈을 투자한 다이아몬드 사업가들은 이제 과잉 생산 때문에 스스로 자산의 가치를 파괴할 위험에 처했습니다.
공급과잉 문제를 해소한 이는 영국의 젊은 다이아몬드 사업가 세실 로즈였습니다. 그는 충분한 자금 지원을 확보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다른 다이아몬드 사업체를 모두 사들이거나 합병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회사 드비어스는 그 독점적 영향력을 이용해 다이아몬드 공급을 제한함으로써 다이아몬드가 부족하다는 착각을 만들어 냈습니다.
드비어스는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다이아몬드 광산이 발견될 때마다 그곳을 장악해 공급 과잉이 발생하는 일을 막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두 번째 문제가 생겼습니다. 팔지 않은 다이아몬드가 산처럼 쌓였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희귀 가치를 파괴하지 않으면서 돈이 되도록 이것들을 처리할 방법이 없을까? 확실한 해결책은 더 많은 사람이 다이아몬드를 사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다이몬드가 더 가치 있는 물건이라고 설득해야 했습니다.
1938년 드비어스는 뉴욕의 광고 회사 N.W.에이어앤드선을 찾아갑니다. 광고를 활용하여 미국에서 수요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었습니다. 두 회사의 파트너십 이후 어마어마한 다이아몬드 시장을 창조해냅니다. 바로 결혼반지 시장입니다. 수천 년간 반지는 사랑과 결혼 서약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N.W. 에이어앤드선은 다이아몬드와 진정한 사랑 사이에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광고와 영화 속 간접 광고, 잡지 스토리 등을 활용했습니다. 1948년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가 나왔습니다.
그 이후 결혼반지를 되파는 짓은 비열한 행동이고 사랑의 명백한 배신이라는 프레임을 만듭니다. 명문가의 피앙세가 손가락에 인상적인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있는 초상화가 제작됐고, 켄터키 더비에 참석하는 명사들은 다이아몬드 장신구를 대여해갔습니다.
TV가 등장하자 로맨스와 다이아몬드를 연결시켜 활용합니다. N.W.에이어앤드선은 1947년 전략 기획서에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리가 다루고 있는 것은 군중 심리의 문제다."
1960년대 드비어스는 아름다운 서양 여성이 요트나 캠핑 같은 현대의 야외 활동을 즐기면서 다이아몬드 반지를 자랑하는 광고 활동을 벌였습니다. 그로부터 20년도 지나지 않아 일본의 신부 60퍼센트가 다이아몬드 반지를 꼈습니다. 비슷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중국에서도 이뤄졌습니다.
30년 전에는 아무도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지 않던 중국이지만 지금은 결혼하는 신부의 30퍼센트 이상이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게 되었습니다.
다이아몬드의 마케팅 성공 스토리가 흥미로운 이유는 마케팅한 제품이 특정 브랜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이 캠페인에서 회사 로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408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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