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식창고/경제경영&마케팅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시계

by 워니의서재 2019. 9. 5.

2008년 바젤워드 방문객들은 특별한 발표를 듣게 된다. 스위스의 유명 시계 제조사인 로맹 제롬에서 독특한 제품을 출시한다는 소식이다.

 

로맹 제롬은 '유명한 전설의 DNA 컬렉션'의 일환으로 이전에 아폴로 11호와 소유스 호의 잔해로 문더스트 DNA시계를 선보인 바 있다.

 

각 시계의 숫자판은 작은 분화구 모양을 본떴고, 실제 월석 가루를 넣었으며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입는 우주복의 섬유로 시곗줄을 만들었다. 문더스트 시계는 1만 5000달러 이상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다.

 

하지만 로맹 제롬이 새로 발표한 시계는 그보다 훨씬 더 비싼 30만 달러였다. 새로 출시된 '낮과 밤 Day&Night'이라는 시계는 최고급 제품이었다.

 

타이타닉 호의 잔해에서 나온 금속으로 만든 이 시계는, 시계의 정확성이 중력에 방해받지 않도록 고안된 무브브먼트 기술인 투르비옹이 하나가 아닌 두 개나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이 시계는 딱 하나의 결함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결함은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이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다.

 

로맹 제롬은 웹사이트를 통해 "시, 분, 초가 드러나지 않는 '낮과 밤'은 시간 측정의 새로운 방식을 선사했다.시간의 우주를 본질적으로 대립하는 두 영역, 낮과 밤으로 나눈다"라며 제품을 홍보했다.

 

어쨌거나 이 시계는 때를 알려주지만, 밝은지 어두운지만 알려준다. 사람들에게는 쓸모없는 시계였지만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억만장자에게는 완벽한 시계였다. 이 시계는 출시한 지 48시간이 지나지 않아 완판 되었다.

 

어리석은 부자들이라며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독일 시계 제조사 에리히 라허에서 아바쿠스라는 시계를 출시하면서 비슷한 마케팅 전략을 시도했다.

 

 

위와 비교했을 때 거저나 다름없는 150달러짜리 시계로, 어린 시절 가지고 놀았던 구슬 미로 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자유롭게 볼 베어링을 움직여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구슬이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며 완전히 멈췄을 때, 자력이 베어링을 잡아당겨 적장 한 자리로 시곗바늘이 이동해 시간이 표시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아무도 시간을 알 수 없다.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시계는 비실용적인 상품, 혹은 직접적으로 원래의 목적인 기능성을 거스르는 상품의 예시일 뿐이다. 비기능성 제품에는 대가나 진입 장벽이 수반된다. 어떤 대가는 금전적이다. 요트를 사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금전적 비용 외의 비용도 치러야 한다.

 

 

시간도 일종의 비용이다. 와인에 대해 배우거나 철학에 능통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통과 헌신 차원의 노력도 든다. 빨래판 복근을 가지려면 윗몸일으키기를 수백 번씩 하고 디저트를 자제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요트를 구매할 만한 돈도, 철학을 공부할 시간도, 멋진 몸매를 위해 탄수화물을 포기할 의지도 없다. 하지만 이런 비용이 유용하기도 하다. 이로써 내부자와 모방자가 구분되기 때문이다.

 

특정 영역에 대해 알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한다. 무언가에 더 많은 비용이 들수록 확실하고 정확한 신호로서의 가치가 더 지속된다. 누군가가 요트를 소유한 걸 보면 그가 부자라고 확신할 수 있다.

 

시간을 알려주지 않는 30만 달러짜리 시계를 만든 회사의 CEO 이반 아르파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는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진정으로 안목 있는 고객만이 그렇지 않은 걸 살 수 있죠."

 

https://click.linkprice.com/click.php?m=yes24&a=A100652363&l=9999&l_cd1=3&l_cd2=0&tu=http%3A%2F%2Fwww.yes24.com%2FProduct%2FGoods%2F37238125%3FAcode%3D101

 

보이지 않는 영향력

대중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영향력의 세계,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의 99.9퍼센트는 타인에 의해 이뤄진다!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에서 여섯 가지 원칙으로 바이럴 마케팅에 대해 간결하게 제시했던 조나 버거가 신작 『보이지 않는 영향력』에서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즉 우리가 왜 그런 물건을 구매하는지부터 인생의 크...

www.yes24.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