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만 보던 그가 넷플릭스 최고책임자가 된 사연

테드의 집은 동네에서 VCR을 보유한 몇 안되는 집 중 하나였습니다. 어느 날 자전거를 몰고 시내로 나갔던 테드는 상가들이 늘어선 번화가에서 새로 들어선 가게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이었습니다.

 

집에 VCR이 있고 할머니와 영화를 보고 영화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테드에게 새 비디오 대여점은 눈 앞에 펼쳐진 환상의 세계였습니다. 이후 며칠 동안 테드는 매일 비디오점을 찾았습니다.

 

가게를 둘러보고 재미 삼아 선반을 정리하면서, 테드는 데일과 몇 시간씩 영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 주인은 자신이 찾던 사람이 테드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테드에게 일자리를 제안했고 VHS 테이프에 둘러싸여 황홀해 하던 테드도 그 자리에서 수락했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은 보통 낮에는 한산합니다. 고객은 주로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테이프를 빌리기 때문입니다. 엉뚱하게도 테드는 가게에 있는 영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겠다고 스스로 결심했습니다.

 

영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죄다 알고 싶었던 그에게, 마침 마음대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물량이 풍부한 비디오 대여점이 생긴 셈입니다.

 

 

몇 달 뒤, 매장에 있는 영화를 거의 다 본 테드는 고객에게 맞춤형 영화를 추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살아 있는 검색 엔진이 되었습니다. 우드 앨런을 좋아하는 고객에게 테드는 앨버트 브룩스의 영화를 권하면서 말했습니다.

 

"뉴욕에 우디 앨런이 있다면 LA에는 앨버트 브룩스가 있죠." 액션 영화 중 재미있는 것이 없느냐고 묻는 고객에게는, 망설임 없이 그 자리에서 세편의 영화를 추천하였습니다.

 

테드는 친숙한 것, 좋은 것, 진부한 것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문화적 인식을 개발했습니다. 이 같은 기술이 있으면 아이디어나 제품이 크리에이티브 커브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영화를 섭렵하던 테드는 열여덟 살에 이미 영화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그는 영화의 어떤 점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정확하게 꿰뚫어 봤습니다.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을 테드가 정확히 읽고 있다고 생각한 고객들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조언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최고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을 추천해주는 믿을 만한 음식평론가들처럼,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사회에서 대접을 받습니다. 그리고 대중 역시 그런 사람들을 찾습니다. 우리는 기들을 인플루언서라고 부릅니다.

 

문화적 인식은 어떤 아이디어가 크리에이티브 커브 중 어디쯤에 있는지 식별해낼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런 기술을 습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소비'입니다. 문화적 인식은 소비를 통해 누구나 습득 가능합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의도적인 소비를 통해 비슷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습니다. 꼭 직접 경험해봐야 사전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얻을수 있습니다.

 

테드 사란도스는 여러 해 동안 엄청난 양의 자료를 계속 소비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더욱 심해져서 하루에 꼬박 3~4시간 정도를 영화와 TV를 보는 데 투자했습니다. 다만 그 장소는 비디오 대여점이 아닌 비버리힐스에 있는 그의 사무실입니다.

 

테드는 지금 넷플릭스의 콘텐츠 최고책임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DVD 대여업을 자체 콘텐츠 사업으로 변신시키는 과정을 총괄 지휘하여 <기묘한 이야기>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같은 히트작으로 이미 에미상을 40개 넘게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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