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의 출퇴근 풍경은 런던,뉴욕,홍콩 등과 아주 똑같지는 않더라도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패러거트 웨스트 역은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백악관으로 이동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 아침마다 잠에서 덜 깬 승객들이 패러거트 역에서 인터내셔널 스퀘어로 쏟아져 나와, 저마다 걸음을 재촉한다. 그들은 한시라도 빠릴 소란과 복잡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춤거리는 사람들을 피해가며, 상사가 도착하기 직전에 자기 책상 앞에 골인한다.
그런 출근길에도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평화의 공간이 존재한다. 이런 오아시스에는 매력적인 남녀 종업원들이 환한 미소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오늘은 ‘마리아’라는 이름의 매혹적인 바리스타가 손님을 맞고 있다. 이것은 스타벅스의 풍경이다. 이 카페는 인터내셔널 스퀘어로 향하는 출구에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패러거트 웨스트 역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은 아니다. 인근의 패러거트 노스 지하철역에서 나와 제일 먼저 지나치는 길목에도 스타벅스가 있다.
이렇게 편리한 곳에 위치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전 세계 각지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출퇴근길 사람들에게 음료를 제공고 있다. 워싱턴의 뒤퐁서클 지하철역 출구에서 10미터 거리에는 ‘코지’라는 커피숍이 있다. 뉴욕의 펜스테이션에서 8번가로 향하는 출구 인근에는 시애틀 커피 로스터스가 위치해 있다. 도쿄의 신주쿠 역을 이용하는 통근자들은 역의 중앙 홀을 벗어나지 않고 스타벅스를 즐길 수 있다. 런던의 워털루 역에서 템스 강 남쪽 둑으로 향하는 출구에도 AMT라는 커피숍이 자리 잡고 있다.
스타벅스에서 팔고 있는 2.55달러짜리 라지 카푸치노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다. 물론 나는 이것을 사 마실 수 있는 형편은 된다. 이 카페에 들르는 다른 사람들처럼 나는 매일 몇 분간 그 커피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돈벌이는 하고 있다. 아침 8시 반에 몇 푼을 아끼기 위해 좀더 싼 커피숍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가장 편리하게 커피를 제공받고자 하는 거대한 수요(예를 들어 워털루 역에는 연간 7400만 명의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가 확실히 존재하기 때문에 커피숍은 매장의 위치가 아주 중요하다.
패러거트 웨스트에 있는 스타벅스의 위치는 아주 좋다. 승강장에서 역 출구로 가는 좋은 길목에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이 길에는 다른 카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커피숍이 엄청난 매상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카푸치노 가격에는 우유 값과 전기료, 종이컵 비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마리아가 시무룩한 손님들에게 하루 종일 미소 짓게 만드는 비용도 들어 있다. 하지만 모든 비용을 다 따져본다고 해도 여전히 커피 한 잔의 원가는 당신이 지불하는 돈보다 한참 적다. 경제학 교수 브라이언 맥매너스Brian McManus에 의하면, 커피에 붙는 마진율은 약 150퍼센트다. 1달러짜리 드립커피를 만드는 비용은 40센트이며 2.55달러짜리 스몰 라테의 원가는 1달러 미만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이런 많은 돈을 벌고 있을까?
당신은 분명 스타벅스의 소유주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를 유력한 후보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스타벅스가 카푸치노 한 잔에 2.55달러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주변에 2달러를 받고 있는 가게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옆 가게에서는 스타벅스보다 싸게 팔지 않을까? 마실 만한 카푸치노는 스타벅스가 아니더라도 많이 있다. 커피 기계와 카운터를 들여놓고, 브랜드를 만들어 약간의 전단지와 무료 샘플을 나누어주고, 용모 단정한 직원을 고용하는 데는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마리아 같은 직원도 얼마든지 채용할 수 있다.
스타벅스의 가장 큰 장점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출퇴근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역 출구 근처나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길가 코너 등 커피숍에 안성맞춤인 자리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이 말하듯이 스타벅스가 진정 고객들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면, 고객들의 발길이 쉽게 닿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애써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스타벅스가 카푸치노 한 잔에 그토록 큰 마진을 붙여 팔 수 있는 것은 커피나 직원들의 질이 아니라 오로지 매장의 위치 때문이다.
이제는 반대로 건물주가 스타벅스 직원을 만나서 우리 건물에 입주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은 스타벅스가
입주하면 이 건물은 반드시 오른다는 공식이 성립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건물이 아직 완공도 안 되어 있는데
플래카드에 스타벅스 입점 확정이라고 쓰여있는 것도 여러 번 목격했다. 우리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판다라고
말한 스타벅스의 마케팅이 부동산 시장까지 움직였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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