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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시&에세이

팟빵 오디오북 김현 시인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by 워니의서재 2019. 1. 24.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아이폰을 사용하던 나는 '팟캐스트'
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나는 꼼수다'로 시작해 '지대넓얕'까지
다양한 오디오를 팟캐스트로 들어왔다. 지금도 아이폰 유저
지만 팟빵 플랫폼이 나오고부터는 팟빵으로 오디오를 들
이어왔다. 팟빵의 인터페이스가 더 직관적이고 청취하기
편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오디오 방송 말고 오디오북
을 서비스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듣게 되었다.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꽤 멀어서 그 시간을 소중히 쓰고
싶었던 나는 매일 출퇴근길에 책을 읽는다. 출퇴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한 번도 출퇴근 시간이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주일에 몇 번씩은 해도 폰조차 꺼내서 보기 힘들
정도로 지옥철일 때가 있다. 그럴 때 팟빵에 여러 가지 오디오
를 들으며 출퇴근했었다. 그리고 외근 업무를 볼 때도 항상
팟빵과 함께했다.



팟빵은 아이폰은 앱스토어, 안드로이드는 구글 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면 된다. 처음 실행하면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온다. 손가락을 터치하고 빨간 화살표를 따라 화면을
내려가면 오디오북이 나온다.






팟빵 오디오북이라고 쓰여있는 곳을 보면 여러 종류의 책이 있다.

더 보기>란을 누르면 또 다양한 책들이 나온다.





지금 가장 많이 듣는 오디오북! 중에서

나는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를 청취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 개요는 국내 최초의 시 큐레이션 앱
수요일에 연재되었던 '김현의 시 처방전'이 책으로도 출간
되었다. 그리고 팟빵에서 오디오북으로 청취도 가능하다.
약사가 약을 처방하듯 시인은 시를 처방한다. 사연자들의
마음을 시로 치유해준다. 사연자들의 슬픔에 위안이 될 수
있는 한 편의 시와, 시인이 사려 깊게 써 내려간 위로의
산문을 듣다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래 '에피소드 듣기'를 누르면 책의 목차처럼 여러 가지
사연들이 나온다. 사연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구성되어 있다.





손가락을 터치하고 빨간색 화살표를 따라 화면을 쭉
내려가면 처음 시작하는 에피소드 '봄에는 다 그런 겁니다'
부터 듣기 시작했다.





봄부터 겨울까지 모든 에피소드를 듣고 사연자의 고민은
공감 가지 않았지만 시인이 내려준 처방과 나의 마인드와
굉장히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제일 인상깊게 들었던 에피소드는

'가을03_기대하는 마음'이다. 



회사에서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연이다.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아니라 순전히 저의 마음 때문인 거라면 퇴사사유가 될 수 없을까요?


사유를 밝혀야 해 이 직장 싫다 그러면 미움받겠지 미움받기는 싫고


그럼 다른 핑계를 만들 어야겠지 미움받을 것을 겁내서 괜한 이유를 만들어 버려요


퇴사하는 마당에 꼭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는 걸까 싶다가도


인간관계는 다 이어져 있어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지 싶어


한 번 더 신경 쓰게 되네요 버텨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다니고 싶은


직장에 다니고 싶은 것은 욕심이고 헛된 기대일까요?


다음 직장을 구하기 전에 마음을 다독여두고 싶습니다.





-처방시


문턱에서  /  안미옥

 

요가학원에 갔다가

숨 쉬는 법을 배웠다

 

가슴을 끝까지 열면

발밑까지 숨을 채울 수 있다

숨을 작게작게 쉬다보면

숨이 턱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게 되면

그러면 그게 죽는 거고

 

나는 평평한 바닥을 짚고

서 있었다

 

몸을 열면

더 좋은 숨을 쉴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몸을 연다는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공중에 떠 있는 새의 호흡이나

물속을 헤엄치는 고래의 호흡을 상상해

 

숨이 턱 밑으로

겨우겨우 내려가는 사람들이 걸어간다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두눈은 붉은 열매 같고

 

행진을 한다

다 같이 모여 있다

 

숨을 편하게 쉬어봐

좀더 몸을 열어봐

 

나는 무언가 알게 된 사람처럼

유리문을 연다






-처방전


퇴사를 준비하다 보면 오만가지 잡념이 찾아오지요

하다 하다 모아둔 커피 쿠폰을 어찌해야 하나까지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퇴사하려고 하는가? 고민고민을 거듭한 결과

남아있을 이유가 아니라 떠날 수 있는 이유를 찾아야 하니

다닐 수 없는 마음이 아니라 다니기 싫은 마음에 가까이 가게

되었다고 한다. 퇴사한 후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시인 김현은 퇴사와 이직 사이에 헛된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런 이유 만들기를 통해 얻은 것

또한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직장의 필요조건

격주, 주말 근무가 없는 곳일걸

야근수당은 있거나 없다면 밥은 줄 것.

우리는 버틸 수 있는 것 버틸 수 없는 것을 수시로 오가며 살아간다.

시인은 최근의 TV프로그램에서 내가 휴식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휴식이 나를 택하는 겁니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시인은 멋진 말을 더 멋진 말로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퇴사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퇴사가 나를 택하는 겁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국내도서
저자 : 김현
출판 : 미디어창비 2018.12.24
상세보기


나의 에피소드


시인 김현처럼 나 또한 퇴사가 나를 선택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화가 날 때는 내가 직원이

아닌 노예가 된 느낌을 받았을 때는 아무리

돈을 많이 줘도 더 이상 다닐 수가 없었다.

너무 기분이 상했을 때는 퇴사사유에 너무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적어서 반려 당해 억지로 수정했던 적도 있다.

그럴 때마다 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은

다들 그러고 다닌다고 니가 유별나다고 참고 다니라고 말했다.



결혼을 하고 1년가량 자리 잡지 못하고 계속 이직하면서 자리를 잡지 못했었다.


그 힘든 때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든든한 아내가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려주었기 때문이다. 기다려준 덕분에 지인의 소개를 통해


만족할만한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시인의 말대로 1년의 잦은 이직 기간 동안

내가 어떤 회사에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일단 연봉보다 5일 근무와 퇴근시간이 정확해야 한다.

그러나 연봉이 너무 적어서는 안된다는 기준이었다.

지금의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부터  퇴근 후 아내와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내가 하고 싶은 독서와 


글쓰기를 할수 있어서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물론 아이가 없어서 가능한 이야기다. 아이가 있었다면

아마 나로써도 쉽게 이직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아이를 낳는 순간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한 가정이 모두 선택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나라에서 제도로 잘 만들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중요한 건 시인의 말대로 어딜 가도

자신의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할 수 있어야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퇴사를 선택하는게 아니라 퇴사가 나를 택하는 겁니다."


나도 이말을 약간 바꿔보고 싶다.


내가 퇴사를 하는게 아니라 내가 회사를 선택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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