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별책부록 8회에서 봉지홍과 서영아가 신발가게에서 다투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극증 서영아는 신발가게 주인에게 가격을 물어보던 중 신발가게 사장이 불친절하다고
화를 냈습니다. 서영아는 신발가게 주인이 대응을 해주지 않고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런데 남편 봉지 홍은 부인 서영아 편을 들어주지 않고
그냥 가자고 말하면서 신발가게 주인의 편을 들어주는 것처럼 보이자 갑자기 폭발
하면서 화를 냅니다.
이 장면은 당장 신발가게 말고도 비슷한 상황에서 여러 번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매번 남의 편을 들어줬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그래서 쌓이고 쌓인 것이 폭발하여 화를
냈는데 드라마에서 그런 것을 다 보여줄 수 없으니 '신발가게' 하나로 묘사했을 것입니다.
우선 신발가게 주인이 불친절하다고 하여 클레임을 걸 수는 없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계속 불친절한 신발가게는 입소문으로 퍼져
언젠가는 문을 닫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극중 서영아는 본인이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자
신발가게 사장에게 언성을 높였습니다. 소비자라고 해서 무조건 친절하게 응대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물건을 팔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만약 신발가게에서 신발을 구매했는데 교환
하려고 방문했을 때 신발가게 사장이 불친절하게 말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미 나는 '구매자'가 되는 것이고 신발가게 사장은 '판매자'가 되기 때문에 당연히
친절하게 응대해야 하고 특별히 문제 되는 게 없다면 교환도 해줘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 만약 교환 때문에 신발가게에 가서 교환 요청을 했는데 남편이 아내
에게 그냥 교환하지 말고 가자고 하면서 신발가게 사장의 편을 드는 뉘앙스를 보이면
이야기가 너무 억지스러워 공감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내가 신발가게를 운영하는데, 그날 하필 손님들이 10번 넘게
신발만 신어보고 가격만 물어보고, 구매로 이어지지 않아서 화가 잔뜩 나 있다면 겉보기에
구매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 가게로 들어와 계속 이것저것 가격만 물어본다고 가정해보면
주인 입장에서 시큰둥하고 불친절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택시나 비행기
처럼 선택권이 없는 경우에는 불친절 하다고 화를 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발가게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불친절하면 그냥 다른데 가면 됩니다.
신발가게 주인도 머리로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도 인간이기 때문에 불친절하게 대응
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을 겪은 소비자는 그냥 그 가게에 가지 않았으면 처음부터
싸움의 원인도 없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회사에서도 "너 누구 라인이냐? 노선 확실히 해라"
"당신 누구 편이야? 내편 맞아?", "엄마는 누구 편이야? 내 편 맞아?" 등등 수많은 편 가르기
를 합니다. 편가르기는 곧 다른 사람을 배척하는 행위입니다. 상대방이 정말 너무 힘들 때
아주 가끔은 편을 들어줘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 가끔이어야 합니다.
내 자식만 소중하고 다른 사람의 자식을 신경 쓰지 않는 것도 무조건적인 내 사람 감싸기에서
갑질이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가족이 잘못한 것 같은데도 편을 들어주게 되고 그것이
쌓이게 되면 더 이상 그 행동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라서 같은 회사 사람이라서 같은 고향이라서가 아니라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조언을 해줘야 잘못한 사람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행동을 바꾸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구의 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판단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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