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육제도가 드러내는 첫 번째 위험은, 그것이 교과서를 달달 외면 지능이 발달한다는 근본적인 심리학적 오류에 기반을 두고있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교과서를 최대한 많이 암기하려고 애썼다. 그리하여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박사학위를 따거나 교원자격증을 딸 때까지 청소년들은 판단력이나 창의력을 단 한 차례도 발휘해보지 못한 채 오로지 책을 암기하는 데만 몰두해야 한다.
그런 청소년에게 교육은 암기와 복종에 불과하다. 전직 교육부장관인 쥘 시몽은 다음과 같이 썼다. 수업을 듣는 것, 문법이나 요약집을 암기하는 것, 복습하는 것, 모방하는 것, 이런 것들이야말로 아무리 애를 써봤자 결국 교사는 절대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고 믿는 일종의 신앙 행위나 다름없어 우리를 정신적으로 쇠약하고 무능한 존재로밖에 만들지 못하는 우스꽝스러운 교육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교육이 훨씬 심각한 위험을 안고있다는 데 있다. 그런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태어난 상황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을 심어주고 거기서 탈출하려는 강렬한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더는 노동자로 남아 있으려 하지 않고 농부도 더 이상 농사를 지으려 하지 않는다. 또한 중산계층에서도 최하층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기 아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오직 나라에서 월급을 주는 공무원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의 학교들은 인생을 살아가도록 준비시키는 대신에 오직 공무원이 되는 데 필요한 교육만 시키는데, 인생의 진로를 스스로 결정한다거나 창의성을 발휘하지 않아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제도는 자신의 운명에 불만스러워하고 언제든지 반란을 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는 프롤레타리아 군단을 사회계층의 하부에 양성한다.
또한, 사회계층의 상부에 자리 잡은 부르주아들은 경솔하고 회의적이며 복지국가를 맹목적으로 신뢰한다.하지만 이들은 국가를 끊임없이 조롱하고 자기들이 저지른 잘못을 습관처럼 정부 책임으로 전가 하면서도 정작 당국의 배려 없이는 아무 일도 해내지 못한다.
44 유럽 중세 초기의 프랑크왕국 메로빙거 왕조(6~8세기)시대에는 왕국의 서부를 네우스트리나 네우스트라시로, 동부를 아우스트라시아로 불렀는데, 두 지역은 서로 왕국의 주도권을 다투는 경쟁 관계에 있었다.
국가는 교과서의 힘을 빌려 각종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들을 대량생산해내지만 그들 중 아주 적은 숫자만 이용하고 다른 사람들은 실업 상태로 방치한다.
그 결과 국가는 전자들을 먹여 살리는 데 급급하여 나머지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어버린다. 지금 사회계층 피라미드의 최하층부터 최상층에 이르기까지, 즉 말단 서기에서부터 대학교수와 도지사에 이르기까지 졸업장이나 자격증 을 가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으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사업가들이 식민지에 파견할 직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구직자 몇천 명이 말단 공무원이라도 시켜달라고 아우성친다.
교원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서도 발령을 받지 못한 남녀가 센 구(區)에만 2만 명이나 되지만, 그들은 시골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하면서 자신들을 먹여 살려줄 것을 국가에 요구한다.
채용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불평불만을 품은 사람들의 숫자는 엄청나게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은 지도자가 누구건, 어떤 목표를 노리건 간에 상관없이 여차하면 혁명이라도 일으킬 태세를 갖추고 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반란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군중심리> (귀스타브 르 봉 지음, 이재형 옮김) 중에서
오늘날의 프랑스 교육은 철학을 굉장히 중요시 합니다. 아이는 하나의 인격체라고 말하고 스스로의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라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시민으로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켜주고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과 100년전의 프랑스 교육은 현재의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라고 해도 믿을정도로 비슷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한민국의 교육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져 있는지 다시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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