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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여행

해외여행 중에 떠오른 영화 기생충

by 워니의서재 2019. 6. 18.

몇 달 전 예약한 나트랑을 가기위해 아내와 함께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카드가 '국민 로블 카드'라서 1년에 한 번은 해외여행을 다녀옵니다. '국민 로블 카드'는 최대 '발리'까지 동반 1인 무료 혜택과 마티나 골드 라운지 연 1회 동반 1인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발급받을 수 없습니다.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마티나 골드 라운지로 향했습니다. 마티나 골드 라운지 안에 들어가면 먹을만한 음식들이 가득 합니다. 평소에도 빵과 커피를 굉장히 좋아해서 빵과 커피 위주로 공략했습니다.

 

 

식사를 하는 중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자리에 잘 어울릴까? 기생충에서 기우가 다혜에게 물어봅니다. "나 이 자리에 잘 어울리냐고?" 저는 인생을 살면서 기우가 했던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해본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나지 않고 기생충은 여행하는 내내 망령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기내식을 먹고 블랙 미러 한편과 ‘저자 미치오 카쿠의 초공간’을 읽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샌딩 나온 운전기사 차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가격은 대략 하루 숙박 15만 원 정도 합니다. 나짱은 물가가 싸서 여행 내내 마음껏 돈을 쓴 것 같아요.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으려고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정말 다양한 해산물과 피자, 쌀국수, 케이크 등 오래간만에 마음껏 먹었어요. 한국에서는 이 정도 퀄리티의 음식을 먹으려면 대략 1인당 10만 원 이상의 돈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나짱에서는 2만 원 정도로 먹을 수 있습니다. 물가가 저렴한 나라 여행할 때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식사를 마치고 호핑투어와 스노클링을 마치고 호텔에 돌아와 수영장에서 저녁까지 시간을 보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누워 편안하게 전자책을 봤어요. 책이 굉장히 잘 읽혔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오래 돌아다니기가 힘들어서 이런 시간이 점점 필요한 것 같아요.

 

여행하는 내내 행복하고 재미있는 반면 한편으로 마음이 불편했어요. 굉장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호텔과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여기 어울리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어요.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기억났습니다. 우리가 센서등을 볼 때마다 지하실 남자가 수동으로 머리를 박으며 센서등을 키는 장면을 떠올렸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하실 남자가 머리를 박는장면은 센서등이 생기기까지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편안하게 기술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루프탑에서 야경을 내려다봤습니다. 내가 누리고 있는 편안함은 누군가의 희생일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된 것만으로도 봉준호 감독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여행 중에도 기생충 망령이 따라다녔지만 집으로 돌아갈 때는 더욱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에서 박사장 저택에서 나와 무수히 많은 계단을 내려가는 그 느낌. 호텔에서 나와 다시 비행기에 오를 때의 느낌과 비슷했습니다.

 

여행에 올 때는 잠깐 신분이 상승했다가 돌아갈 때는 다시 계급이 하락하는 그 느낌입니다. 봉준호 감독도 처음 칸영화제에 갔을 때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요? 처음에는 내가 여기에 어울리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해봤을 것 같아요.

 

사실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할 때마다 느낀 감정이었는데 지금까지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갔어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때도 잘 몰랐어요. 하지만 이번 여행을 다녀오면서 명확해졌습니다. 새삼스럽게 의식하지 않았던 것들을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귀국길에 오르는 비행기에서도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 이코노미석 그리고 저가항공으로 선을 긋고 계급화하죠. 다 아는 사실인데 신경 쓰지 않았었습니다. 평범하게 살던 일반인들이 계급 상승의 느낌을 받는 순간이 있어요. 고급 레스토랑에 가거나 해외여행에 갔을 때예요.

 

하지만 레스토랑에서 나오거나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영화 기생충에서 계단을 내려오는 느낌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 고통과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중 가장 비슷했어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된것만으로도 영화 기생충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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