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교보문고에 갔다가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그 자리에 서서 이 책을 구매할까 말까? 결정하기 위해 10-20분 정도 책을 읽었다. 그러다 내가 읽었던 소설 '콜 24'에 수록되어 있는 시 '저수지'의 저자란 걸 알게 되었고, 나를 사로잡는 문장들도 꽤 있어서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책의 시작은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한다. 글을 쓸 때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원칙이 '지배적인 정황'이다. 지배적인 정황은 글 속의 장면이나 사건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감동적이라거나 멋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거나 전율을 준다거나 할 때의 감각이다.
P12. 글이란 꾸미려고 무언가를 덧대면 뻔한 표현을 하게 되며 감정과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감각적인 글에는 감정적인 부분도 있어야 하지만 감정을 지나치게 드러내거나 뻔한 주장을 상투적인 방식으로 드러내면 안 된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외 다른 작법서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솔직하게 쓰는 것을 강조하는 반면에 이 책은 너무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고 한다.
여러 작법서를 읽어본 내 견해는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감정을 드러내거나 뻔한 주장을 하지 말라는 것은 웬만큼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 같다.
P14. 우리가 좋은 글을 쓰고 싶은데도 글이 잘 풀리지 않는 더 큰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의 글에 상상력과 묘사 그리고 글의 감각과 상징과 사유를 장악하는 지배적인 정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하는지 꽉 막히게 되는 것이고 문장은 조금의 진전도 없이 상투적인 세계 안에 멈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스로도 상상력과 묘사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제목에 이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블로그에 글을 쓸때는 사실 감정을 드러내는것도 어려웠다. 기계적으로 글쓰기를 하다가 노력끝에 감정을 드러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이 책에선 감정을 드러내면 세련되지 못한글이라고 한다^^; 묘사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때라 이 책이 더 눈에 들어온것 같다.
P22. 나무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느낌, 생각 등이 나무의 이미지를 통해 느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를 묘사하지 않고 글쓴이의 생각을 곧장 말하려 한다. 이때 나무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나무를 통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글쓴이의 진부한 생각뿐이다.
이 구절을 읽을 때 뜨끔했다. 나도 묘사보다는 나의 생각을 말하려고 했던것 같다. 이제는 어떻게 묘사해야할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P30. 사람들이 구체적 묘사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중 하나는 글을 쓰고자 하는 대상을 하나의 덩어리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을 쓰고자 하는 대상을 낱낱이 쪼개서 매우 작은 단위로 나눠야 한다.
뭐든지 쪼개면 쉬워진다는 말은 글쓰기에서도 적용되는 말이었다. 앞으로 무언가를 보고 짧게 쪼개서 쓴다음 연결해서 써보는 연습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 문장은 90페이지에 수록된 문장이다. 1번 문장은 밋밋한 문장이고 2번이 지배적인 정황이 들어간 문장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아래와 같은 표현들 때문이다.
1. 비가 온다.
2. 비는 흐느끼며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한다.
1. 태양이 저물기 시작한다.
2. 태양은 침몰을 거듭하며 어둠을 흐느끼려 한다.
1. 나뭇가지가 앙상하게 뻗어 있다.
2. 나무마다 걸려 있는 죽은 자의 음성
소설, 시 혹은 노래가사같은 묘사와 은유적인 표현이 많이 필요한 작품을 쓰고 싶다면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인것 같다. 그 외에 사람들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을 주는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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