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인이 비싸고 나쁜 집을 보여주는 이유는?

집을 매입하려는 사람이 두 채의 집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한채는 흠 잡을데 없는, 그리스 양식의 30만 달러짜리 농장 주택이고

다른 한 채는 빅토리아 양식의 28만 달러짜리 연립 주택이다.

그의 마음은 빅토리아 양식의 연립 주택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후 부동산 중개인은 또 다른 그리스 양식의 농장 주택을 보여주겠다고 한다.

처음에 본 농장 주택보다 상태가 좀더 떨어지며 가격은 32만 달러다.

집을 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구매자는 중개인에게

처음에 본 그리스 양식의 농장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말한다.

부동산 중개인이 고객에게 또 다른 농장 주택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인가?

비슷한 일화 하나를 더 생각해보자.

한남자가 점심시간에 간이식당에 가서

종업원에게 메뉴에 어떤 샌드위치가 있느냐고 묻는다.

"치킨샐러드 샌드위치와 로스트비프 샌드위치가 있습니다."

종업원이 대꾸하자 남자는 로스트비프 샌드위치를 주문한다.

그러자 종업원이 덧붙인다.

"깜박했는데, 참치 샌드위치도 있습니다."

그러자 남자가 대꾸한다.

"그럼 치킨샐러드 샌드위치로 주세요."

남자는 메뉴를 바꾸는 과정에서 합리적 선택 이론의

기본적인 축, 즉 선택 목록에 열등한 요소 하나가 추가된다고

해서 기존의 선택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규칙을 위반한 셈이다.

남자의 첫 번째 선택에는 치킨샐러드 샌드위치보다

로스트 비프 샌드위치가 좋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선택 목록에 참치 샌드위치라는 항목이 추가 되었다고 해서

자신의 선호도를 바꿔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타마 시몬스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따르면,

이런 식으로 선택을 바꾸는 일은 실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는 사람들이 종종 비교하기 힘든 두 가지 선택사항 중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추정된다.

두가지 모두 매력적이며 하나를 선택했다가 나중에 후회할지 

모른다는 걱정때문에 어느 한쪽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무관해 보이는 새로운 선택사항 하나를 끼워넣는 것이

그 사람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시몬슨과 트버스키는 주장한다.

첫 번째 사례에서 남자는 처음에 본 그리스 양식의 농장 주택과

빅토리아 양식의 연립 주택 사이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첫 번째 농장 주택과 두 번째 농장 주택을 

비교할 때에 그런 어려움을 경험하지 않았다.

두 번째 농장 주택이 가격면에서나 질적인 면에서나 열등했기 때문이다.

두채의 농장 주택만 놓고 비교했을 때에는 첫 번째 농장 주택을

쉽게 선택할수 있었다. 바로 이런 점이 빅토리아 연립 주택과

첫 번째 농장 주택을 비교할 때 후광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전통적인 합리적 선택 이론에 따르면 두번째 농장 주택을

보여준 것은 전적으로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러한 전술이 종종 효과를 발휘한다.

[출저]이코노믹 씽킹 - 핵심을 꿰 뚫는 힘

로버트 H. 프랭크(지은이), 안진환 (옮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