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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묘사가 필요한 당신에게 저자 조동범 어느 날 교보문고에 갔다가 제목에 이끌려 책을 펼쳤다. 그 자리에 서서 이 책을 구매할까 말까? 결정하기 위해 10-20분 정도 책을 읽었다. 그러다 내가 읽었던 소설 '콜 24'에 수록되어 있는 시 '저수지'의 저자란 걸 알게 되었고, 나를 사로잡는 문장들도 꽤 있어서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책의 시작은 글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한다. 글을 쓸 때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원칙이 '지배적인 정황'이다. 지배적인 정황은 글 속의 장면이나 사건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감동적이라거나 멋있는 글이라고 생각하거나 전율을 준다거나 할 때의 감각이다. P12. 글이란 꾸미려고 무언가를 덧대면 뻔한 표현을 하게 되며 감정과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게 된다. 감각적인 글에는 감정적인 부분도.. 2019. 11. 10.
헤르만헤세 시집 사라진 소리 언제였던가 어린 시절에 나는 목장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때, 아침 바람에 노래 하나가 조용히 실려 왔다. 푸른 공기의 소리였든가 또는 무슨 향기, 꽃향기 같은 것이었다. 그것은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어린 시절을 영원토록 울리고 있었다. 그후 나는 그 노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요 며칠 사이에 비로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살며시 다시 울리는 것이다. 지금 나에게는 모든 세상 일이 아무렇든 좋고 행복한 사람들과 처지를 바꾸고 싶지도 않다. 귀를 기울이고 싶을 뿐. 향긋한 소리가 흐르는 것을 마치 그때의 소리인 양 귀를 기울이고 조용히 서 있고 싶을 뿐. 만발한 꽃 복숭아나무에 꽃이 만발했지만 하나하나가 다 열매가 되지는 않는다. 푸른 하늘과 흐르는 구름 속에서 꽃은 장미빛 거품처럼.. 2019. 7. 10.
릴케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송영택 저녁 변두리의 마지막 집 뒤로 쓸슬하게 빨간 저녁 해가 진다. 장중한 시의 끝맺이를 외며 낮의 환호성이 그친다. 그 잔광은 늦게까지도 지붕 모서리에 여기저기 남으려 한다, 어느새 검푸른 먼 하늘에 밤이 다이아몬드를 뿌릴 때, 밤에 오느새 프라하의 하늘 높이 밤이 커다랗게 피어 있다, 꽃받침같이. 나비 같은 햇살은 그 휘황한 빛을 꽃으로 핀 밤의 서늘한 품에 감추었다. 교활한 난쟁이, 달은 높이 솟아서 히죽거리다가 송이 모양이 된 밝은 은빛 부스러기를 지분지분 몰다우강에 뿌린다. 그러다가 갑자기, 감정이 상한듯이 빛을 불러들이고 말았다. 그의 경쟁자를 탑시계의 환한 문자판을 알아보았기 때문이다. 겨울 아침 폭포가 꽁꽁 얼어붙었다. 연못 물가에 까마귀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은 귀가 빨갛.. 2019. 7. 9.
T. S. 엘리엇 어느 바람 센 밤의 광시 열두 시. 거리 전역이 달의 통합력에 붙들려, 속삭이는 달의 마법이 기억의 마루들과 그것의 투명한 관계들, 그것의 불일치와 일치를 모두 녹인다, 내가 지나가는 가로등이 하나같이 숙명의 북처럼 둥둥 울리고, 어둠의 공간 도처에서 광인이 죽은 제라늄을 흔들듯 한밤이 기억을 뒤흔든다. 한 시 반, 가로등이 침을 튀겼다, 가로등이 중얼거렸다, 가로등이 말했다, "자기를 보고서 씩 웃는 양 열리는 문의 불빛에 나타난 너에게 갈까 말까 망설이는 저 여자 좀 봐라. 옷단이 찢기고 모래로 더럽혀져 있군, 눈초리를 꼭 꼬부라진 핀처럼 꼬는군." 기억이 드높이 꾸밈없이 꼬인 일들을 숱하게 토해낸다. 해변의 배배꼬인 한 나뭇가지가 씻기어 반질반질, 함치르르한 모습 마치 세상이 뻣뻣하고 하얀 저 뼈대의 비밀을 드러낸 듯하다... 2019. 7. 8.
괴테 시집 신성 인간은 기품이 있어야 한다. 자비심이 많고 착해야 한다 이것만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과 인간을 구별한다. 알지는 못하지만 어렴풋이 느껴지는 더 높은 곳에 있는 것에 복이 있어라! 그리고 인간은 그것을 닮아라! 인간의 올바른 거동이 그것을 믿을수 있게 해야 한다. 자연은 분별력이 없다. 태양은 악도 비추고 선도 비추며, 달과 별은 죄지은 사람과 착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비춘다. 바람과 강물, 천둥과 우박은 소리 내어 지나가며 너나없이 누구나 모두 붙잡고는 급히 지나간다. 행운의 여신도 마찬가지로 사람의 무리 속에 손을 넣어서, 소년의 티 없는 고운 고수머리를 붙잡는 한편 죄 많은 대머리를 붙잡기도 한다. 영겁 불변의 대법칙에 따라 우리는 모두 우리 생존의 동그라미를 마무르지 않으면 안 된.. 2019. 7. 7.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를 잘 읽지 않던 나라서 시집은 어려웠다.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건, 뉴욕에서 마크로코스의 죽음과 작가의 태어난 날 과 함께 교차하면서 표현할 때 인간이 태어나는 것도 삶이고, 죽는 것 또한 삶이라고 표현하는 듯했다. 고통, 외로움 그리고 빛과 어둠 인간의 삶에서 모든 것이 다 존재하는 게 삶인데 요즘 대한민국 삶에서는 고통과 어둠은 외면시 한다. TV 드라마나 영화는 거의 해피엔딩으로 끝이 난다. 사람들이 불행은 보기 싫어한다는 이유다. 2018.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