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는 멀리서 보면 계급갈등을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회가 약자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환경미화원의 파업으로 도시가 쓰레기 더미로 뒤 덮이고 온갖 악취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 대목에서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누군가 하지 않으면 도시가 마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이 화려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일을 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환경미화원, 배관공, 건설노동 등 누군가 하지 않으면 도시가 마비됩니다. 이 사실만 봐도 우리는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한때 인터넷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환경미화원을 손으로 가리키면서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돼"라고 말하는 짤방이 퍼졌었습니다. 그 상황만 봐도 3D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예의 없게 대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조커의 아서 플렉은 머레이 쇼에 출연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은 저한테 왜 이렇게 무례하죠?" 아서 플렉은 돈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얻고 싶었고 인정받고 싶었고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길 바랬습니다.
아서 플렉이 코미디는 주관적이라고 말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사회는 나와 다르거나 약자로 보일 때 엄청난 멸시를 받습니다. 영화에서 아서 플렉은 자기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아이들에게 두들겨 맞기도 합니다.
조커가 범죄를 일으키기 전 여러 번의 생각을 바꿀 기회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직장에서 동료들과 사장과의 관계였습니다. 이미 안 좋은 일을 겪고 사무실에 복귀했지만 사장은 오히려 간판 도둑으로 몰아가며 급여에서 간판값을 까겠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는 시장 토마스 웨인입니다. 화장실에서 만났을 때 토마스 웨인이 아서 플렉에게 돈 때문에 왔냐고 묻자, 아서 플렉은 돈보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면서 안아주면 안 되냐고 물었습니다. 이때 위로만 받았더라도 마음이 바뀌었을지 모릅니다.
세 번째는 망상장애로 자신을 학대를 방관한 어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때 병원에서 머레이가 자신을 조롱하며 개그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아서가 동경하던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립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애인이라고 믿었던 소피가 사실은 자신의 망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더 이상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조커는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조커는 집에서 노트에 쓰인 글을 바라봅니다. "내 죽음이 삶보다 가치 있기를" 조커는 머레이 쇼에서 자살할 계획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달리는 지하철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해 보였습니다. 죽어서라도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었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서는 머레이 쇼에서 조차 계획한 대로 실행하지 못합니다. 머레이 쇼에서 계속해서 자신을 조롱한 머레이 태도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총의 방아쇠를 당겨버립니다. 그 이후 부자들에 대한 반감을 가진 시위는 폭력시위로 바뀌고 도시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합니다.
아서 플렉이 사회 어느 단체든 소속감을 느낄만한 한 곳이라도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조커는 사회가 정신질환자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 과거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중학교 때만 해도 정신지체장애인과 함께 학교를 다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분리해서 학교를 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지하철에서 가끔 나와 다른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불쾌하고 피하고 싶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반성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조커는 영화였지만 실제로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조현병으로 여러 번의 살인사건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조현병 환자들도 아서 플렉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제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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